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 vs 일본 준결승 경기. 8회말 2사 3실점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요코하마(일본)=CBS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한국 야구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체면을 구겼다.
일부 선수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고 호텔에서 술판을 벌인 것이다. 여기에는 올림픽 무대를 밟아야 할 국가대표 선수들도 포함돼 있었다. 박민우와 햔현희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들 때문에 KBO 리그는 사상 초유의 중단 사태를 겪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올해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5년 만에 열렸다)에 전 세계 수많은 선수들이 인생을 건다.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은 선수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일탈을 범해 국가대표 자격을 잃은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가 수개월 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는 소식은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만큼 그들에게 올림픽은 절박하고 간절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야구 선수들에게 과연 올림픽은 간절한 무대였을까.
당연히 간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일탈이 팀 전체의 이미지를 흐리게 했다. 이 무슨 민폐인가.
2020 도쿄올림픽 야구 결승전 진출 실패 직후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남긴 발언은 이 같은 이미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13년 전에는 이 정도 부담은 없었고 즐겁게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다 보니까 연승이 이어졌는데 이번에 올 때 사실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그런 마음만 갖고 오지는 않았다""매 경기 국민들과 팬들에게 납득이 되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 먹고 왔는데 금메달을 못 딴 것에 대해서는 아쉽지 않다"김경문 감독은 이후 차세대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장과 한국 야구의 보완할 점을 모두 발견했다며 미래 지향적인 말을 남겼다.
하지만 '금메달'과 관련한 이야기가 지나칠 정도로 묵직했다.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종목의 팀과 선수들이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 아래 도쿄에 입성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을 연출했던 사령탑이다. 그 시절에 비해 지금의 대표팀 전력이 다소 약해졌고 전반적인 경험치가 부족하다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결승 진출 기회가 있었던 두 차례 준결승에서 모두 패한 다음에 나온 사령탑의 발언이었기에,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에 끝까지 기대를 걸었던 국내 야구 팬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다.
허망한 자기 변명으로 들렸을 여지가 크다.
성적 지상주의를 떨쳐내고자 하는 요즘 세상에 "죄송하다"는 말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결승 진출 실패가 결정되자마자 금메달이 목표는 아니었다는 말은 더더욱 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김경문 감독과 한국 야구는 도쿄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치고 과연 어떤 말을 남길까.
한국은 7일 정오에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