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아니카 슐로이. 연합뉴스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세인트보이. 연합뉴스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 출전한 아니카 슐로이(독일)는 승마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슐로이가 배정받은 말(馬) '세인트보이'가 장애물 앞에서 점프를 거부하고 멈추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승마 종목에서는 선수와 말이 교감을 이루지 못하면 답이 없다. 일반 승마 종목에서는 선수와 말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고 함께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그런데 근대5종 승마는 각 선수가 제비뽑기 과정을 통해 말을 배정받는다. 슐로이의 예처럼 말이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선수가 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 운의 요소가 너무 크게 작용한다.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 경기의 성적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슐로이는 펜싱과 수영을 마친 상황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승마에서 0점을 받아 순위가 급락했다. 메달의 꿈도 사라졌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슐로이의 코치 킴 라이스너가 경기 도중 '세인트보이'를 주먹으로 때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킴 라이스너 코치는 말을 학대했다는 사실이 인정돼 국제근대5종연맹으로부터 남은 올림픽 기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국제근대5종연맹에 따르면 라이스너는 슐로이에게 말을 더 강하게 채찍질하라고 외쳤고 이 역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세인트보이'는 앞서 열린 경기에서 러시아 선수와 호흡을 맞췄고 이때도 장애물 넘기를 거부했다. 슐로이의 레이스가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불안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슐로이와 그의 코치의 대응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엄연한 동물 학대였기 때문이다. 독일 측은 "동물을 보호하고 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말을 랜덤으로 배정받는) 경기 규칙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