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타임즈 캡처1975년 사이공 함락을 연상시키는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의 카불 진입과 현직 대통령의 줄행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중국도 가세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16일 사설에서 아프카니스탄 상황의 급격한 변화는 아프간의 상황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패배는 베트남 전쟁보다 더한 무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국은 정말 '종이호랑이'와 같다며 미국의 이번 패배는 1980년대 아프카니스탄에서 소련의 패배보다 더 굴욕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의 입장은 서방 언론의 분석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아프카니스탄 상황은 중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서방국가와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은 아프카니스탄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 것도 중국이 분리독립 움직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다. 아프간과 신장은 이슬람이라는 종교로도 연결되어 있다.
아프간과 중국 신장을 잇는 와칸 회랑이 신장위구르 독립운동세력, 중국 기준으로 테러리스트들의 유입 통로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곳이 해발 4천m 이상의 고지대인데다 중국군이 76km에 이르는 국경선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두 지역이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데다 종교적 연결 고리도 상당해 프카니스탄의 불안한 정세가 신장위구르 지역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아프간 카불 상공에서 비행하는 미군 군용기. 연합뉴스이 때문에 중국은 미군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한 때부터 미국의 무책임을 비난하는 한편 미국이 빠지면서 필연적으로 생길 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숙고를 거듭해 왔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말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나 탈레반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등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선을 그을 것을 촉구한 것도 이런 노력이 이미 꽤 오래전에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탈레반이 예상과 달리 무서운 속도로 카불에 진입하면서 한 것은 중국에게는 더 잘 된 일이다. 여러 정파가 싸우면서 생기는 혼란과 무질서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과거 아프카니스탄에 발을 담갔던 영국과 소련,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고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타임스도 이날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에 남겨둔 공백을 메울 의지가 없다.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중국의 외교정책이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강경 이미지를 벗고 대외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는 탈레반의 노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으로서는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을 안정시키는 대가로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이 지역에 영향력을 키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같은 친중 국가가 생기면 더할 나위 없다.
조건도 꽤 괜찮다. 중국은 미국이나 소련과 달리 탈레반과 싸운 적이 없다. 과거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이 1996년에서 2001년 사이에 집권했었지만 중국은 이보다 훨씬 앞선 1993년에 아프카니스탄과 외교관계를 중단하고 외교관을 철수시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