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7일 무죄 선고 직후 기자회견 모습. 고상현 기자제주 4‧3 당시 '일반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김두황 할아버지(93)가 70여 년 만에 죄를 벗은 가운데, 불법 구금에 대한 보상 결정도 내려졌다. 4‧3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형사 보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사보상금 1억 5천만여 원…청구 금액 대부분 인용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3 일반재판 수형인 김 할아버지에 대해 1억 5400만여 원의 형사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법원이 김 할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재판부는 4‧3의 역사적 의의와 형사보상법 취지 등을 고려해 청구 금액을 대부분 인용했다.
법원이 결정한 형사보상금은 무죄가 확정된 지난해 최저시급(8590원)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일급(6만 8720원)에 5배수를 적용해 하루 보상금을 34만 3600원으로 정했다. 여기에 불법 구금일인 450일을 곱한 것이다.
형사보상법상 일급에 최대 5배수까지 적용할 수 있는데, 법원은 김 할아버지 측이 청구한 금액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쌀 한 되 줬는데 '빨갱이' 낙인…70여년 만에 '무죄'
앞서 지난해 12월 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김 할아버지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할아버지가 죄를 지었다는 증거가 없다. 검찰 역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무죄를 구형했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4‧3 당시 무장대에게 좁쌀 한 되를 줬다는 등의 이유로 1949년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김 할아버지가 70여 년 만에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무죄 선고 직후 김두황 할아버지가 축하를 받으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상현 기자재판부는 그런 김 할아버지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극심한 이념 대립으로 벌어진 사건 속에서 갓 스물인 청년이 억울하게 처벌을 받았다. 한 개인의 존엄이 훼손됐고, 개인의 삶이 피폐해졌다. 그동안 피고인은 자신을 탓하거나 운명으로 여겨왔다. 응어리의 크기가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번 판결로 응어리를 푸는 작은 시작이길 바란다."
나머지 수형인 300여 명 불법 구금 보상은?
지난 2019년 1월 4‧3 군사재판 수형인 양근방 할아버지(89) 등 18명이 재심을 통해 사실상 무죄 판결인, 공소 기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335명이 한 날에 무죄를 받는 등 최근까지 모두 370여 명이 빨갱이 오명을 벗었다.
이들 중 19명만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졌고, 나머지는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형사보상 청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불법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을 받은 양 할아버지 등 수형인과 그의 가족 38명은 대한민국 정부를 피고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은 데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03억 원으로 1인당 적게는 3억 원에서 많게는 15억 원에 이른다. 국가배상 소송 선고 기일은 오는 10월 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