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왼쪽), 김오수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연합뉴스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김오수 검찰총장으로서도 부담감을 다소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팀과 달리 배임교사 혐의 적용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한 김 총장의 판단에 외부 전문가들이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각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18일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다. 수사를 계속할지 여부에는 위원 15명 모두가 반대했고, 그중 9명은 기소도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위원 과반수가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사실상 '혐의없음' 처분을 권고한 셈이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 6월 백 전 장관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배임교사 혐의도 적용하려 했지만, 대검찰청 수뇌부와의 이견으로 가로막혔다. 수사팀은 조작된 경제성 평가 결과로 월성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고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데 백 전 장관이 개입했다고 판단한 반면, 김 총장은 이에 반대하면서 수사심의위를 직권으로 소집했다.
이같은 김 총장의 결정은 검찰 안팎의 눈총을 샀다. 수사팀의 의견을 배제하는 수사심의위 카드가 사실상 '권력수사 방탄용' 아니냐는 의심이 잇따랐다. 가뜩이나 월성 원전 사건의 경우 김 총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후 맡게 된 사실상 첫 주요 사건이었는데, 이를 직접 판단하지 않고 외부에 의견을 구하기로 결정하면서 책임 회피 논란도 불거졌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안팎의 비판 속에 열린 수사심의위가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불기소를 결정하면서 김 총장의 흔들렸던 리더십은 한차례 고비를 넘기게 됐다. 배임교사와 달리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의 경우 수사팀의 의견을 따랐다는 점에서 신중과 소신을 보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취임 전부터 계속된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일부분 해소됐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수사심의위 위원 15명 가운데 6명이 수사중단과 기소를 동시 권고했다는 점은 김 총장의 리더십에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 절반에 가까운 위원들이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수사는 충분하니 이제그만 재판에 넘겨라'는 취지로 권고한 것과 마찬가지여서다. 이는 배임교사 혐의 기소에 소극적이었던 김 총장의 판단과는 다소 반대되는 의견이다.
기소·불기소를 두고 팽팽하게 갈린 위원들의 의견은 향후 대전지검 수사팀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사심의위 의결은 권고사항일 뿐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앞서 대전지검 부장회의에서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기소에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은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수사팀이 수사심의위 권고와 달리 기소를 강행할 경우 김 총장의 리더십은 재차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