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불 시내의 탈레반 대원들. 연합뉴스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반(反)탈레반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최소 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온건한 방식의 통치를 약속했지만, 우려했던 공포정치를 답습한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잘랄라바드시(市)에서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1919년 영국의 통치를 종식한 것을 기념하는 독립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거리에 나섰다.
이들은 광장에 걸린 탈레반의 플래카드를 내리고 아프간 국기를 게양하기 위해 모였다.
이 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보면, 탈레반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총을 발사하고 참가자들을 곤봉으로 공격했다. 현지 언론은 탈레반이 취재진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주장하는 반면, 현지 보건당국 관계자는 최소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시위나 폭력 진압을 부인했다.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 외곽에 수백 명의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아프간 시민들이 탈레반의 폭압적 통제를 우려해 집에 숨거나 해외로 도피하고 있다. 이 가운데 탈레반은 이전의 공포정치와 달리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
AP는 이번 사건으로 20년 동안 민주주의 체제를 경험한 많은 아프간 시민들이 며칠 만에 나라를 장악한 탈레반의 체제에선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탈레반은 약속과 다르게 여행에 필요한 서류를 갖고 있는 시민들을 포함해 공항을 향하는 사람들에게도 폭력을 사용하고 있다. 총과 채찍, 칼, 곤봉 등으로 여성과 어린이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한 시민은 "완전히 참사다. 탈레반이 하늘로 총을 쏘고, 사람들을 밀고, AK47 소총으로 피난민들을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카불공항 밖에 있는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공중으로 총을 쏘고 있다면서 "누구를 다치게 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눈 부위만 망사로 된 부르카 입은 카불 여성들. 연합뉴스탈레반의 인권 유린은 이뿐만이 아니다. 타하르주(州)의 주도 탈로칸에서는 한 여성이 온 몸을 감싸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
한편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해외로 도주한 아쉬라프 가니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영상을 통해 현재 UAE(아랍에미리트)에 있으며 거액의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은 거짓 주장이라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내가 아프간에 머물렀다면 국민들은 대통령이 또 한번 즉결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라며 "아프간의 정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귀국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무하마드 나지불라 당시 대통령은 1996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에 의해 공개된 장소에서 교수형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