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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줄어도 가격은 오른다…인플레 부른 '밀크'의 '비밀'



생활경제

    수요 줄어도 가격은 오른다…인플레 부른 '밀크'의 '비밀'

    낙농가 "원유감산정책에 폭염까지 우유 부족한 상황…정부 "일시적 현상일 뿐, 소비량 꾸준히 감소"
    남는 우유 분유로 '재활용'…탈지분유 재고량 2월 기존 1만 2109톤 4년 5개월 내 가장 많은 재고량 기록
    정부, 생산자가 결정권 쥔 낙농진흥회 대신 발전위원회 신설 추진…"법 개정 추진할 것"

    연합뉴스연합뉴스
    출산율 저하와 학교급식 중단으로 우유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우유 가격은 거꾸로 치솟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우유 관련 제품 가격이 따라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는 우윳값 결정 구조를 뜯어고친다는 방침이다.

    지난 17일 A 기업은 낙농진흥회로부터 '8월부로 원유 가격이 1리터당 21원 인상됐다'는 내용의 '유대조견표'를 받았다.

    식품 가격 줄인상을 우려한 정부가 가격 인상을 6개월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21원 인상이 확정됐다.

    낙농업계는 인상안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은 "올해만 새산비의 54%를 차지하는 사료값이 15%이상 폭등했고 인건비 증가에 정부환경규제에 따른 시설투자 확대로 낙농가는 빚더미에 아사직전"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원유감산정책과 폭염으로 우유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원유과잉으로 연동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유가 부족하니까 가격이 오른다?

    "우유가 부족하다"는 낙농가의 주장은 사실일까.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폭염 탓에 일시적으로 원유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년 중 1~2주로 일시적인 현상일 뿐 우유 소비량이 줄면서 원유는 남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의 우유 유통소비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6.3kg으로 지난 1999년 24.6kg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출산율 감소에다 소비 취향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우유업체가 남는 우유를 분유 분말로 가공하다보니 탈지분유 재고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분유 재고량은 1만 2109t으로 최근 4년 5개월 내 가장 많은 수준이다.

    분유 가공은 유업계에게도 '손해'지만 남는 우유를 버리는 대신 분유를 만들어 팔자는 '차선'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분유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분유 1kg 생산에 원유 10kg가 넘게 들어간다"며 "분유는 아무리 잘 받아도 6000원이기 때문에 만들면 업체로서는 손해지만,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원유를 활용하려는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낙농업계의 원유가격 인상 강행으로 이르면 이달 말부터 우유 제품의 소비자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이스크림과 커피, 빵 등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도 우려된다.

    실제 지난 2018년 원유가 4원 인상했을 때 서울우유는 1ℓ 우유 제품 가격을 3.6% 올렸다. 남양유업은 평균 4.5% 제품 가격을 올렸고, 1리터 짜리 제품 용량을 900㎖로 줄인 뒤 가격을 2천550원에서 2천520원으로 변경해 사실상 10% 가까이 인상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 이외에 부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해 업체가 가격 인상분을 감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시가와 인상폭은 현재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 빙그레 등 아이스크림 업체들 역시 가격 인상을 검토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유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가격이 오르는 현재 구조를 저희도 이해할 수 없다"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려 노력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우유 소비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왜 오를까

    현재 원유 가격은 낙농진흥회에서 결정된다. 이사회에서 원유가격을 정하는데, 결정권을 쥔 이사회 임원 15명 중 7명이 낙농 생산자측이다. 최소 10명이 참석해야 이사회가 열리기 때문에 생산자측이 '보이콧'을 하면 논의조차 불가능한 구조다.

    실제로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정부가 21원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생산자측 이사 2명을 참석시켜 이사회를 열려고 했지만, 끈끈한 연대를 통해 생산자측 이사 전원 불참을 이끌어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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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정부는 낙농진흥회에서 결정되는 원유가격 연동제 대신 낙농산업 발전위원회를 신설해 연동제 개편을 추진한다.

    낙농산업 발전위원회는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낙농 생산자와 유가공업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현행 낙농진흥법에 따라 원유가격 결정권을 가진 낙농진흥회와 달리 정부가 주도한다. 오는 25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1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생산비 증가분만 반영되는 현행 가격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원유가격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가 있을 경우 법 개정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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