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비행체 한 대가 굉음을 내며 하늘을 가른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주한 미군 캠프 모빌에 띄운 무인정찰기 RQ-7 Shadow(쉐도우)다.
길이 6m, 무게 200kg에 달하는 대형 정찰기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밤낮없이 동두천시 시내를 가로지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주민들 불안도 커지고 있다.
최고 소음 55~80㏈…밤낮 없는 정찰에 주민만 피해
27일 경기도 동두천시 등에 따르면 올해에만 시에 접수된 무인정찰기 관련 민원은 소음 피해 등 모두 17건이다.
동두천시가 현장 조사를 통해 무인항공기 소음을 측정한 결과 순간 최고 소음이 55~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일, 주말, 주간, 야간 구분 없이 무인항공기가 운용되면서 수면을 방해하는 등 피해로 이어져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기본권 침해를 호소하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주한미군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소속 최희신 활동가는 "동두천은 전철이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가는데 전철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무인항공기 활주로가 있고, 동두천 도심은 사람이 사는 곳이 한 곳에 모여 있다"며 "도심에 추락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성에 대한 염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작 미숙으로 추락 가능성 상존"
한적했던 동두천 도심에 무인정찰기가 보이기 시작한 건 2003년부터다. 당시 주한미군이 전력증강을 위해 국내에 들여왔고, 주로 경기북부 상공에서 수색과 정보수집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던 중 해당 무인정찰기가 도입된 지 한 달여 만에 추락사고가 발생하며,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또 4년 뒤인 2007년에도 추락 사고가 발생했고,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주한미군 캠프 모빌에서 훈련 중인 무인정찰기 RQ-7 Shadow. 경기도의회 유광혁 의원 제공당시 주한미군은 정찰 임무를 수행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예방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1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주대 김사웅 무인항공드론과 교수는 "무인정찰기는 지상에 설치된 통신장치와 계속 신호를 주고받으며 서로 위치를 찾게 되고 그걸 이제 트랜스폰더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통신을 하고 착륙 유도까지 다 해주게 되어 있다"며 "실상 완전 자동 착륙까지는 안하고 사람 손으로 착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 조작 미숙이나 서툰 방법으로 비행을 했다가는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용 무인정찰기 훈련은 보통 인적이 드문 사막과 산맥, 폐쇄된 공항 등에서 실시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동두천시에서는 주택가나 상가 등이 밀집한 시내에서 실시되고 있다는 것.
안전문제 외에도 비행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 무인정찰기로 인한 주민 피해가 막대한 실정이다.
주민들은 지난 3월 미2사단을 통해 무인정찰기 관련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경기도의회 유광혁 의원(더불어민주당·동두천1)은 "드론은 날씨가 좋고 시계가 확보돼야 하다 보니까 주말, 평일 상관없이 시민들이 가장 평화롭게 느낄 때 뜬다"며 "동두천은 지난 70여 년간 안보를 위해 희생했던 도시인데 새로운 희생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어 "동두천 시민들은 미군 드론의 정찰비행장 캠프 모빌의 완전한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환을 했다고 하지만 아직 온전한 반환을 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