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등록된 친환경차가 100만대를 넘어선 가운데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 '강자' 테슬라가 독주하는 가운데 신차를 앞세운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자동차 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에 등록된 친환경 자동차는 모두 100만4천대로 집계됐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4년 14만297대였던 친환경차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82만329대, 이후 7개월 만에 22.3%(18만3210대)가 증가하며 100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이 가운데 전기차는 18만996대로 18%를 차지했다.
이런 친환경차 흐름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잇달아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내놓고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GV60. 현대차 제공현대차 제네시스는 G80의 전기차(BEV) 모델을 내놨다. 87.2㎾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국내 기준 최대 427㎞ 주행이 가능하다.
이어 조만간 첫 전용 전기차 'GV60(프로젝트명 JW)'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확한 출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하반기에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배터리는 72.6kWh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최대 430km까지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엔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소음 인증을 받았다.
아이오닉5를 비롯해 다양한 라인업으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이다.
기아도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출시하며 전기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전예약 첫날 2만1016대가 팔리며 하루 만에 올해 판매 목표치 1만3천대를 가뿐히 넘어섰다.
기아 EV6. 기아 제공EV6 롱 레인지 모델은 77.4kWh 배터리가 탑재돼 475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테슬라 주력 모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대차의 아이오닉5(72.6kWh·429km)보다 주행거리가 약 46km 더 길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도 첫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e모션'을 내놓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재원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코란도 e모션은 61.5kWh 배터리가 장착됐으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07km 정도다. 다만 국내 출시 시점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쌍용차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정확한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18일 쉐보레 브랜드 최초의 전기 SUV인 '볼트EUV'와 '2022년형 볼트EV'를 놓고 사전예약을 시작하며 반전에 나섰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미국 지엠이 내린 자발적 '리콜' 조치로 신차 출시 일정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신차 출시에 앞서 자발적인 리콜 결정으로 반전을 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제 대응으로 화재 위험성 등 문제점을 해결해 논란을 잠재우고 품질 확보는 물론 고객 신뢰 강화와 함께 회사 이미지 제고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쉐보레 2022년형 볼트EV와 볼트EUV. 한국지엠 제공이들 차량은 모두 LG에너지솔루션의 66kWh 대용량 배터리 패키지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으로 볼트EUV는 403km, 2022 볼트EV는 414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급속충전 시 1시간 안에 전체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수입차 업계도 고성능 전기차를 중심으로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S. 메르세데스-벤츠 제공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급 전동화 모델인 'EQS450'을 올 4분기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EQS450은 107.8kWh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주행거리가 최대 780㎞로 알려졌다. 유럽 판매가격이 10만6974유로(1억4406만원)인 것을 고려할 때 국내 판매가는 1억원 중후반대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우디도 올 하반기에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아우디 e-트론 GT'과 '아우디 RS e-트론 GT'를 출시할 예정이다. 1회 충전 시 각각 488km, 472km를 주행할 수 있다. 정확한 국내 판매가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억원대 중반에서 2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BMW는 중형급 SUV인 'iX'를 연말쯤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iX는 BMW의 최신 5세대 e드라이브 기술이 적용됐다. 최대 주행 거리는 630㎞다. 볼보도 첫 순수 전기차 'XC40 리차지'를 연내 출시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올해부터 현대차를 비롯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해서 완성도 높은 전기차가 많이 출시되고 다양하게 나오면서 소비자의 이목뿐만 아니라 앞으로 신차 구입은 전기차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젤차로 예를 들면 환경개선 부담금 문제나, 도심지 5등급 차량 진입 금지와 같은 기존의 내연기관 차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며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소비자 욕구가 전기차로 바뀌는 부분이 본격화 하기 때문에 앞으로 2~3년 이내에 소비자가 상당부분 신차를 전기차로 구매하는 경향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