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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면접에 안 나타난 이사장…사립 채용은 '답정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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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면접에 안 나타난 이사장…사립 채용은 '답정너'

    편집자 주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사학과 교육당국이 맞서고 있다. 초·중·고 사립학교 교원의 채용을 누가 하느냐를 놓고 부딪히고 있다. 사학재단들은 자율성과 정체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의 핵심은 자율성도 정체성도 아닌 '공정'에 있다. CBS노컷뉴스는 사학의 채용 과정이 공정했는지, 공정한지 묻고 공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립학교 채용 공정한가]①
    평택 A사립학교, 뒷돈 건넨 내정자만 13명 합격
    '입 무거운' 교사 물색…발전기금 명목 뒷돈 요구
    시험지 없애고, 뒷돈 요구 등…사립학교 비리 백태
    사립학교 채용비리 신고 1년에 100건 넘어

    ▶ 글 싣는 순서
    최종면접에 안 나타난 이사장…사립 채용은 '답정너'
    (계속)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이가영(가명·31)씨는 최근 교사라는 꿈을 내려놨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만 5년을 보냈다. 하지만 모 사학재단의 교사 채용에서 탈락한 후 그는 마음을 굳혔다.


    최종면접에 이사장이 없었다…"내정자 있으니까"


    이씨는 지난해 초 경기도 평택 A사학재단의 정교사 공개채용에 지원했다. 이씨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여느 때처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교사들의 이름을 훑어 내려갔다.

    이씨는 "사립학교 공채에 뽑히는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해당 학교 근무자들이 많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그는 끝내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A재단은 13명을 정교사로 최종 채용했다. 공교롭게도 합격자는 모두 이미 A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던 기간제 교사들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A재단의 채용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1년여의 경찰 조사 결과 재단 측이 합격자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부터 A재단은 지원자 488명을 들러리로 세우고, '답정너'식의 채용 시험을 치렀던 셈이다.

    이씨에게 남은 건 박탈감뿐이었다.

    이씨는 "최종면접 자리에 재단 이사장이 참석하지 않았는데, 돌이켜 보니 이미 정해진 사람들이 있으니 굳이 들어올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며 "최종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만 해도 내 운이 아니었구나 싶었는데 실제로 이런 대규모 채용비리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용고시생들은 기본 3년 이상씩은 준비하는데, 지금껏 해왔던 노력이 채용비리에 모두 무너졌다"며 "교육청마저 구제 방안 없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A재단에 항의하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힘든 수험생활에서 누가 스스로를 믿고 공부하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입 무거운' 교사 물색…발전기금 명목 뒷돈 요구


    A재단은 어떤 식으로 내정자를 물색했을까. 재단 측이 가장 처음 한 작업은 입이 '무거운'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거래'를 거부하더라도 문제가 밖으로 새어나갈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채용 브로커 역할을 했던 재단 직원들은 이미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들에게 접근했다.

    '정교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묻고, 자연스럽게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뒷돈을 요구했다. 액수는 적게는 6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을 넘게 받아 챙겼다.

    후보군이 정해지면 다음은 면접이었다. 면접 장소는 학교가 아닌 재단 이사장의 자택이었다.

    이렇게 모든 '계약'이 완료된 이른바 내정자들에겐 브로커가 미리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넘겼다. 늦은 밤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전달했다. 평가가 끝난 뒤에는 문제와 답안지를 회수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해 경기도 평택 소재 A사학재단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채용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해 경기도 평택 소재 A사학재단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수사 결과 A재단은 이같은 방식으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기간제 교사 등 26명으로부터 18억 8천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 중에는 자녀를 합격시키고자 몰래 돈을 찔러준 기간제 교사의 부모들도 있었다.

    A재단에서 채용비리를 주도한 행정실장이자 이사장의 아들은 업무방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다음달 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시험지 없애고, 뒷돈 요구 등…사립학교 비리 백태


    사립학교의 채용비리 문제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그 형태도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B사립학교는 10년 동안 보관해야 할 교사채용 시험지, 답안지, 이력서 등을 보관하고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최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B학교는 2014~2015년 공개채용 당시 시험지와 답안지를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은 B학교가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고 증거를 인멸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립학교 이사장이 직접 지원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17년 당시 광주시 명진고의 학교법인 도연학원 이사장은 1차 채용시험에 합격한 C씨에게 "5천만 원을 주면 교사로 채용시켜 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입건됐다.

    그러나 C씨는 요구를 거부했고, 면접 시험장에서 다른 응시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결국 도연학원 전 이사장은 배임수재미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립학교 채용비리 관련 신고는 매년 100건이 넘게 접수되고 있다. 2019~2020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사학재단 채용비리 신고도 108건으로 집계됐다.

    2014~2016년 채용비리가 적발된 경기도내 사립학교도 13곳에 달한다. 이사장 1명이 구속되고, 임원승인 2건이 취소됐다. 13명이 중징계를 받고 3명이 임용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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