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범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한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가, 대검찰청으로부터 공익신고자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제보자가 대검에 자신의 휴대전화 등 자료도 제출하면서 감찰부의 진상조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8일 대검에 따르면 감찰부(한동수 부장)는 최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에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A씨로부터 공익신고서를 제출받고 검토한 결과, 공익신고자로서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누구든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익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고처에는 수사기관도 포함된다.
앞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뉴스버스의 보도가 나온 지난 2일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진상조사는 현재 감찰3과가 맡고 있다. 감찰3과는 고검검사급 이상 중간간부 검사의 비위를 조사하는 부서다.
제보자 A씨는 대검에 공익신고를 접수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감찰3과는 증거자료를 분석하는 동시에 A씨 휴대전화의 포렌식 작업도 진행중이다. 아울러 고발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現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업무용 PC도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제보자 A씨가 대검 감찰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사를 내비친 만큼, 향후 진상조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사 과정에서 혐의점이 포착되면 감찰3과가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이 지난해 총선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으로 입건될 수 있다.
선거범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다. 검사의 비위이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공수처에도 접수돼 있어 대검 감찰이 수사로 전환하면 양 기관의 협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는 제보자 A씨의 휴대전화나 A씨가 제출한 증거자료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측근인 손 보호관의 개입 여부인데, A씨의 휴대전화에 담긴 증거는 김웅 의원과의 대화로 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손 보호관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지난해 4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 송파갑 의원 후보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범여권 인사를 상대로 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버스는 제보자 A씨와 김웅 의원이 주고받은 텔레그램도 공개했는데, 김 의원이 A씨에게 전달한 고발장 메시지 상단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보도 이후 손 보호관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없다"고 했고, 윤 전 총장도 "음해성 보도"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