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 중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뛰던 동료들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며 "고맙다. 사랑한다. 두고두고 갚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정 전 총리의 사퇴 배경은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경선 성적표다.
정 전 총리는 전날인 12일 발표된 민주당 대선 경선 1차 슈퍼위크 결과 4.27%, 4위에 그치자 중도 사퇴를 결심했다.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을 지낸 정 전 총리는 당초 정치적 체급을 고려할 때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됐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선후보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러나 경선이 시작되자 선두로 치고 나간 이 지사와 3위권을 크게 상회하는 지지율로 이 지사를 추격한 이 전 대표와 달리 지지율이 부진의 늪에 빠지며 좀처럼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예비경선과 경선 토론회에서 이른바 이 지사의 '바지 발언'을 이끌어내면서 잠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 지사를 향해서는 도덕성과 안정성을, 이 전 대표를 향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무너진 대세론 등을 소재로 과감히 공격에 나섰지만 지지율 반등은 없었다.
오랜 정치 경력 동안 쌓아온 폭넓은 인간관계로 인해 조직력에서 다른 후보들에 앞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지역 대의원 투표를 제외하고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고향인 호남 표심이 또 다른 호남 출신 주자인 이 전 대표 쪽으로 기울어진 점은 계속해서 정 전 총리의 발목을 잡아 왔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찰 고발 사주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앙숙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은 결정타로 작용했다.
첫 지역 경선지인 충청을 겨냥해 '충청 신수도권 건설'을 공약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결국 이어진 지역 경선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다.
3부 요인을 지낸 거물급 인사의 경선 사퇴인 만큼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 전 총리 본인은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뒤 배웅하는 캠프 소속 의원 등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향후 경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을 했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민주당을 지지하고, 사랑하고, 민주당의 성공과 승리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일관된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호남 경선을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한 것이 이 전 대표에 대한 배려가 아니냐, 다른 후보를 지지 선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저의 결정은 민주당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한 결정"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정 전 총리의 기자회견과 같은 시간대에 광주·전남 공약을 발표한 이 지사는 "제가 존경하는 정치 선배님이시자 실제로 모셨던 분이고, 지금도 훌륭한 분이자 보배같은 원로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당의 중심을 잡아주시고, 정권 재창출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주시고, 민주정부의 길에서 지도자 역할을 계속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