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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 줄줄 샌 월성 원전…한수원은 왜 현장을 훼손했나?

기업/산업

    삼중수소 줄줄 샌 월성 원전…한수원은 왜 현장을 훼손했나?

    현안소통위원 "뭔가 숨기고 싶었을 것"
    "한수원 굴착공사 입회 요청 무시하고 공사 강행"
    삼중수소 유출 관련 직·간접 증거 사라져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전경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전경월성원자력발전소 삼중수소 유출사고의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원전 1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SFB)의 차수벽과 차수막을 훼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중수소 유출사고가 외부로 알려진 건 지난해 연말이지만 사고원인조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것도 한수원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불만이 사고 조사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은 지난 10일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수원이 조사단과 협의없이 원전 1호기 SFB 차수벽 및 차수막을 제거해 SFB 차수구조물의 상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힌 바 있다. (CBS노컷뉴스 9월10일자 보도, 월성원전 방사능 줄줄 샜다…"공사중 시설 파손" 인재(人災) 참조)

    1호기 SFB 벽체와 바닥 슬래브, SFB지하 9m 지점에서 삼중수소(75.6만 베크렐/L)와 감마선(Cs-137)이 가장 많이 측정됐기 때문에 SFB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를 정밀조사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에 대한 내밀한 조사는 불가능하게 돼 버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멋대로 이 시설의 일부인 차수벽과 차수막을 제거해 버린 때문이다.

    CBS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누가 역할을 제대로 못해 이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사고조사단과 원안위, 한수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연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어이없는 일처리'의 원인을 추적해 들어갔다. 한 현안소통협의회 멤버의 증언은 놀라웠다.

    A소통위원 "뭔가 숨기고 싶은 것 있었을 것"


    A현안소통협의회 위원은 15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SFB 차수벽과 차수막을 없앤 것과 관련해,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수원이 없애버린 차수벽과 차수막이 중요한 이유는 '삼중수소와 고농도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 지점이 손상된 차수막이었고, 이를 손상시킨 주체는 부주의하게 CFVS(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공사를 진행한 한수원이기 때문이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단면도. 왼쪽 저장조 공사전의 온전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공사뒤 누수가 생긴뒤의 모습이다. A,B 지점이 손상지점이다.(원자력안전위 조사단 제공)월성원자력발전소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단면도. 왼쪽 저장조 공사전의 온전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공사뒤 누수가 생긴뒤의 모습이다. A,B 지점이 손상지점이다.(원자력안전위 조사단 제공)
    A위원은 "한수원이 차수막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하굴착을 진행했고 이를 인지한 조사단은 '조사단 입회하에 마지막 공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철거를 강행해) 굴착이 완료된 마지막 상황들을 조사단이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현장에 가니 차수막까지 제거가 됐더라"고 말했다. 그는 한수원이 공사를 강행한 원인에 대해 "뭔가를 감추고자 한 게 있지 않았겠나 추측한다"고 의심했다.

    A위원은 "7월초 원전공사 현장에 방문했을 때 굴착이 어마어마하게 진행돼 놀랬다. 7월 중순경 공사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아는데, 그후 7월말 현장에 다시 갔을 때는 깨끗이 정리가 돼 있었다"며 "살인사건 발생시 수사팀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사건현장을 치워버리면 조사가 안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에서는 현장보존과 입회조사를 요청했지만 한수원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조사단의 현장조사가 중요한 것은 철거된 차수막 구조물과 주변의 지형지물에 한수원 공사의 궤적이 그대로 남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차수막 손상의 배경은 이렇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국내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2012년 국내 원전 가운데 유일하게 월성 1호기에 CFVS 즉, 격납건물배기여과 설비를 원전건물의 돔 옆부분에 설치하는 공사가 이뤄진다. 이 공사 과정에서 한수원이 지반 보강용으로 박은 기초파일 7개가 바닥을 관통하면서 차수막이 손상됐다.

    여과설비 설치는 다른 원전으로도 확대될 계획이었지만 '시설설치의 실익이 없다'는 원안위의 결정으로 추가사업은 전면 취소된 상황이다. 별 필요없는 시설을 설치하려다 엉뚱하게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만 손상시키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조사단 현장 입회요청 무시한 한수원 왜?


    한수원의 일방적 차수막 철거는 공식적인 사고조사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삼중수소 유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원전 '안전과 관리감독'의 최상위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주도로 진행중인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조사단이 현장에 입회하도록 하라"는 조사단 요청을 한수원이 묵살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1월 18일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월성원전은 최근 삼중수소 검출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지난 1월 18일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월성원전은 최근 삼중수소 검출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월성원전 삼중수소 현안소통협의회 김호철 의장은 16일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사단과 협의없이 현장을 손상.변형시킨 행위가 원안위법 등 관련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원안위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발전소 전체적 구조와 관련된 자료가 부족해 조사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조사하는 입장에서 생각다를 수 있어" 주장


    한수원은 이와관련해, 15일 "소통이 안된 것 같다. 조사하는 입장에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조사단 불만의)진의를 파악하고 최대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삼중수소와 감마선 유출의 주요 증거는 훼손된 뒤라 삼중수소 유출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도 쉽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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