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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웃을 수 없었던 청년 자영업자 "꿈은 날아가고 빚만 남았네"

사건/사고

    '한가위' 웃을 수 없었던 청년 자영업자 "꿈은 날아가고 빚만 남았네"

    꿈 갖고 창업했지만, 빚만 남은 청년 자영업자들의 그늘

    민족의 명절이자, 추수를 기념하는 추석에도 웃을 수 없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풍성한 한가위'라는 말은 자영업 창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에겐 사치스럽게만 다가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특히 사회초년생 때부터 빚을 내가며 창업한 이들은 1년이 넘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이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토로합니다. 충격을 버텨줄 여유 자금도 넉넉하지 않은 탓에 결국 폐업을 결정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청년 자영업자들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영업 제한 등 정부조치에 특히 취약하다"며 "정부는 손실보상 지원금뿐 아니라, 재취업 등 이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청년 자영업자들 자금난 "이젠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자금력 절대적으로 취약한 계층, 영업 제한 등 정부조치에 특히 취약"
    "손실보상 지원금뿐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포괄적인 지원 필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지난해 4월 요식업에 뛰어든 최모(29)씨는 "최근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여유 자금이 없어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년째 적자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 직원을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 돼 결국 직원을 내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했던 정상구(30)씨 또한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영업 제한이 시작된 작년 5월부터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그해 말까지 매출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지난해 말 폐업했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만났던 청년 자영업자들은 창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가 남긴 멍울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최근 폐업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업자들조차 무너지는 상황에서 '청년 자영업'이란 정체성은 '약자 중의 약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염병 유행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특히 사회초년생 때부터 빚을 내가며 창업한 이들은 1년이 넘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이젠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토로했다. 충격을 버텨줄 여유 자금도 넉넉하지 않은 탓에 결국 폐업을 결정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씨는 "영업제한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기약 없는 영업제한 정책에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며 "직원 월급도 가게 이익을 통해 줄 수 없어 사비를 털고 털어 겨우 줬고, 결국 최근에 직원을 내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장에 돈은 이미 떨어진 지 오래고 소상공인 지원금만으로는 적자를 막을 수 없다"며 "대출을 받아 가게 운영을 시작했는데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대출을 이용하라고 한다. 이건 더 이상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씨는 특히 청년 자영업자의 경우 자금력이 약해 지금과 같은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사회생활 등을 통해 모은 돈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같은 청년들은 여유 자금이 부족해 코로나19 위기에서 오래 버틸 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서울시 용산구의 폐업을 앞둔 한 주점에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제보자 제공.작년 10월 서울시 용산구의 폐업을 앞둔 한 주점에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제보자 제공.천안시 동남구에서 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길재우씨도 "코로나19 이후인 작년에 개업한 청년 자영업자들은 타격이 심해서 문을 빨리 닫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운영 중인 가게도 상황이 힘든 만큼 직원을 감축하거나, 생활비를 감축해서 그냥 살아갈 수 있는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3월 이후로는 매출이 60% 이상 하락해 가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 시기가 길었다"며 "그 이후로는 낮아진 매출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매출 차이는 크지만 이 상황에 적응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 진접읍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 중인 박경민(25)씨 또한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년만 버텨보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3개월을 버텨도 수입이 생기기 어려운 환경이라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청년 자영업자들, 실패를 딛고 일어날 제도적 기반 약해

    청년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충격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경우 취업과 재창업 등 재도약을 준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정씨는 "폐업 당시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으로 밀린 월세를 충당해서 남은 여유 자금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며 "폐업 이후 취업을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시스템을 통해 구직 준비를 하려했지만 생활비는 지원이 안 돼 결국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업에 이른 청년 사장들은 거의 대부분 보증금조차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며 "이들이 다시 직업 교육 등을 통해 재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길씨 또한 "(큰 피해를 입은) 청년들이 다시 본인 힘으로 일어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다시 장사를 한다는 것은 그분들에겐 언제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트라우마로 남아 (재도약이) 더욱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원금만으로는 어떠한 도움도 안 돼…실질적인 도움책 필요

    오세희(왼쪽 세 번째)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영업제한 폐지 및 완전한 손실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오세희(왼쪽 세 번째)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영업제한 폐지 및 완전한 손실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취재진과 만난 청년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원금 만으론 피해를 보전하기에도 부족하다"며 손실을 보상하는 것을 넘어 이들이 다시 일어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는 "월세는 200만 원이었는데 소상공인 지원금은 단 100만 원이라 손실 보상은커녕 월세도 내지 못할 금액이었다"며 "폐업할 때조차도 세입자가 건물 수리비 등을 요구해 이조차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초기 강력한 영업 제한 등을 통해 확진자 수를 잡지 못한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책임을 갖고 손실에 대해 보상하고, 폐업과 재취업까지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씨 또한 손실보상 지원금의 기준이 높고 모호해 지원받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락가락한 기준으로 1,3차 때는 지원금을 받고, 2,4차 때는 못받았다"며 "지급 기준도 잘 모르겠고 형평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피해에 대한 타격이 큰 만큼 포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씨 또한 "뉴스에서 항상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정부에서 지원금 준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지급 기준에 대해서는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주변 사장들과 이야기를 하면 손실 보상 지원금은 대체 누가 받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지원금 받은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상 희망을 갖고 신청하면 기준에 부적합해서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돌아온다더라"며 "지원금을 더 포괄적으로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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