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빽빽한 서울 도심의 모습. 이한형 기자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값이 5주째 0.4%대의 상승곡선을 이어가는 등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총재, 금융위원장 등 경제수장들이 다음주 함께 만나 정책협의에 나서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부동산원이 16일 발표한 '9월 둘째주 주간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5주 연속 0.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7주 연속 0.2%대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5주째 이어지는 0.4%대의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추가인상 방침을 시사한데 이어 일부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줄이거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은 요지부동인 셈이다.
시중에는 돈도 넘쳐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14일 내놓은 '2021년 7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서 7월 M2 즉 광의의 통화는 3443조 9천억원으로 한달전보다 금액으로는 32조 1천억원, 비율로는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M2는 현금과 즉시 인출가능한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예금을 뜻하는 M1에 MMF 즉 머니마켓펀드와 2년 미간의 정기 예적금 CD 등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으로 광의의 통화로 불린다.
스마트이미지 제공1년전과 비교한 이 M2 증가율은 11.4%로 6월의 10.9%보다도 상승했다.
물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화학제품과 1차 금속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8월 수입물가가 넉달째 상승했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전년 동월대비로는 12년 9개월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은행은 14일 내놓은 '2021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에서 8월 수입물가지수는 120.79로 7월에 비해 0.6%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전월대비 4.7% 하락하고 광산품이 0.4% 하락했지만 화학제품과 1차 금속제품 등이 전월대비 1.1% 상승하고 자본재가 1.2%, 소비재가 1.0% 상승한데 기인한 것이다.
0.6% 상승한 전월대비 수입물가는 지난 5월 이후 넉달째 연속해서 상승한 것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도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취업자 수 동향도 시중의 체감과 조금 차이가 있지만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0만 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만 8천명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4월의 65만2천명을 시작으로 다섯 달 연속 50만명을 웃돌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로나19 4차 확산이 본격화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용이)회복흐름을 이어갔다"며 "취업자수가 5개월 연속 50만명 이상 증가하며 방역위기 이전 수준에 한발짝 더 근접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1년 2/4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 외에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지난 2분기에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모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증가율은 18.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2분기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하지만 올 2분기의 이 지표만 보면 적어도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침체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와 내년중 잠재성장률이 2%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3일 내놓은 'BOK이슈노트, 코로나19를 감안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재추정'에서 팬데믹 기간중 더미변수를 추가해 잠재성장률을 추정한 결과 올해와 내년중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2019~2020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도 2.2% 내외로 지난 2019년 8월에 추정했던 2.5~2.6%보다 0.3~0.4%p 가량 낮게 추정됐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전망을 4%로 유지했다. 4% 성장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잠재성장률 2%와의 격차만큼 이를 상대적 과열로 보고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 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박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인 잠재성장률 하락전망이 당장의 금리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의 기준금리 영향을 크게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추락한 잠재성장률 변수만 빼면 집값, 가계부채, 통화량, 물가, 취업자수 모두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 한국은행이 쓸 수 있는 명분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8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같이 있다면 거시건전성 효과는 제약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금리 인상 시기를 10월 또는 11월로 전망하고 있다. 집값과 가계부채 동향, 물가 등을 감안할 경우 10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전망이 채권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회동장이 마련된 대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다만 아직 다수설은 11월 인상설이다.
한화증권 김성수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8월 기준금리 인상의 정책적 효과를 확실히 봤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8월에 이어 10월에 연달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주 공개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제기된 것처럼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이미 대출을 가지고 있는 취약계층의 피해가 생기는 부작용도 예상되기 때문에 굳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오는 30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경제수장 회동에 관심이 쏠린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 재정-금융통화 정책 엇박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한 자리에 모이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이달 하순쯤 열겠다고 밝힌바 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 자산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 확대 문제와 함께 금융불균형 완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정책과 통화정책 폴리시 믹스가 잘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 여러 지적 있었고 정부도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가 30일 진행될 경우 경제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난 2월 18일 이후 반년만인 데 기준금리 정책이나 가계부채 완화 방안,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