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한 대장동 개발 의혹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23일 2차 TV토론 앞두고 '화천대유' 이슈를 고리로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집중 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때리기'를 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등 각 주자 간 셈법이 엇갈린 가운데 당내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들은 추석 명절 동안 화천대유 이슈에 집중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임 당시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막대한 이익을 얻은 점을 지적하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한 것이다.
홍준표 캠프는 연휴가 시작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무려 10건이 넘는 논평을 쏟아냈다. 홍 의원이 직접 본인 계정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를 저격한 글만 5건이 넘을 정도로 연휴 내내 화력을 집중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직접 입장을 밝힌 이후 캠프 대변인이 이날까지 3건의 논평을 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본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캠프 대변인 논평을 합치면 5건에 달했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올린 후 이날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지사를 압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잠잠했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대변인 명의의 '화천대유'를 거론한 논평은 하나도 없었다.
일각에선 화천대유 논란에 국정농단 수사 당시 윤 전 총장과 함께 인연을 맺은 박영수 특검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자, 윤 전 총장이 이를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은 화천대유 자문단에 이름을 올리고 매월 1500만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의 공식 논평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외교안보 공약 발표 후 직접 입을 열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특정 후보에 대한 문제라는 점을 떠나 이런 것을 제대로 규명해 국민에게 진상을 파악한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정부라고 할 수 있겠냐"며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내 경선이 본격 막이 올랐지만 이 지사를 향한 집중 공세에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한목소리를 낸 데는 각자의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휴 직전까지 이른바 '고발장 사주' 의혹에 휩싸이며 집중 공격을 당한
윤 전 총장 측 입장에선 당내 경쟁자들의 화살을 외부로 돌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6일 첫 TV토론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에 대해 '과잉 수사'라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보수 지지층 이탈 등 궁지에 몰렸던 홍 의원도 '이재명 때리기' 출구 전략을 활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유 전 의원과 원 전 지사 등도 여권 1위 주자인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우며 야권 대항마로서 이미지를 얻어 경선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23일 2차 TV토론 앞두고 '화천대유' 이슈를 고리로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집중 공세에 나섰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2차 컷오프는 '당원 30%‧일반여론조사 70%'가 적용되면서 당원 반영 비율이 1차(20%)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아진다. 최종 경선 룰이 '당원 50%‧일반여론조사 50%'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각 후보 간 당심(黨心)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분위기다.
추석 명절 직전 포항과 진주, 마산 등 영남권 도시의 전통 시장을 찾은 윤 전 총장은 최종 경선을 앞두고 캠프 재정비에 돌입했다.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이 이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합류했는데, 최근 장제원 상황실장의 아들이 무면허‧음주운전으로 논란이 되자 소폭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조국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홍 의원은 남은 TV토론에서 과거 탄핵 당시 탈당 사태와 검찰 수사 등을 거론하며 당심에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명절 기간 동안
보수 텃밭인 대구를 방문한 유 전 의원은 대구·경북(TK)에 대한 읍소 전략을 병행하며 배신자 논란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4위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원 전 지사는 5차례 남은 토론회에서 실력을 입증해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 전 원장은 강성 보수층 표심을 의식해 이날 4‧15 부정선거 의혹에 동조하는 입장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해당 입장문을 삭제했다.
당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선두 자리를 놓고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최종 후보 결정까진 한 달 이상 남은 상황에서 어떤 변수가 나올진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 여권도 요동치는 분위기라 민주당 경선의 상황도 야권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