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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왼손에 시공사, 오른손엔 시행사?…회장님의 '기막힌'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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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왼손에 시공사, 오른손엔 시행사?…회장님의 '기막힌' 재테크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아파트를 지을 때 건설회사는 시공을 맡고 땅 매입과 인허가, 분양 등 나머지 사업 진행은 시행사가 합니다. 잘 지은 아파트라도 분양에 실패하면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금전적 손해가 막대합니다.

    이렇듯 시행사와 시공사는 제한된 이익을 서로 나누는 관계입니다. 아파트 분양가에서 사업비(주로 시공사 몫인 공사비)를 뺀 나머지가 시행 이익이 되는 구조인거죠.

    시공사, 아파트 준공 앞두고 시행사 만들어 전폭지원

    그런데 최근 솔깃한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설립한 지 60년이 넘은 중견 건설사(시공사)가 계속 시행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시행에 필요한 돈까지 자꾸 빌려준다는 겁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D 건설사는 지난 2014년 10월 울산 북구에 800단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었습니다. 당시 아파트 분양 행사에는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이례적으로 참석했습니다. D 건설사가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였고, D 건설사 회장 이모 씨가 과거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하며 '오른팔'로 불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시행을 맡은 Y 시행사는 특수목적법인(SPC)입니다. 애초 다른 시행사가 사업 시행을 맡았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사업권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D사가 시행 사업권을 가져오려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Y 사를 별도로 설립해 넘겨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시공뿐 아니라 시행까지 충분히 회사(D사)가 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회장님 지시로 자본금 2천만 원짜리 Y 사를 만들었습니다. 애초 만들 필요가 없는 회사라 분명히 기억이 납니다. 자본금이나 인력 모두 시공사인 저희 쪽에서 지원했으니까요."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D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발로 걷어찬 셈인데 어떻게 된 것일까요.

    회장님 주변인들 시행사 주주·임원으로…연대보증까지


    전후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D 사가 만든 시행사의 구조부터 살펴봤습니다. Y 사 자본금은 3억 원(설립 당시에는 2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수천억원 단위의 돈이 움직이는 아파트 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작은 규모입니다.

    주주 구성을 볼까요. 2014년 5월 Y 사 설립 당시 참여한 주주는 총 4명입니다. 이중 2명은 D 사 이 회장과 혈연 관계(차후 이 회장 여동생에게 지분을 넘김)이고, 나머지 2명은 이 회장의 전 직장 동료와 오랜 지인이라고 합니다. 완공된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회장님 지시로 작은 시행사가 만들어졌는데, 알고보니 회장님의 주변 사람들 소유였던 셈입니다.

    두 회사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또다른 정황이 있습니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D 사에서 Y 사로 자금 수십억 원이 흘러들어간 겁니다.

    사실 시공사가 시행사에게 일방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은 부동산 업계에서 드문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건설사가 시공사를 맡더라도 시행사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가 많습니다. 실제로도 래미안·푸르지오 등 유명 아파트는 시행사가 아닌 시공사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D 사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기만 한 게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낮은 이자로 수십억 원을 빌려주고, 별도로 Y 사가 은행에서 받은 대출에 연대보증까지 서슴없이 서준 겁니다.

    문제는 분양이 매번 성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패하면 시행사는 은행으로부터 빚 독촉을 받고, 심할 경우 파산 위기에 몰립니다. 시행사 부채는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 책임으로 돌아가죠. 성공의 열매(시행이익)는 시행사가 가져가고, 실패의 책임은 시공사가 지는 셈입니다. 'D 사 회장님이 Y 사를 만드는 '꼼수'를 부려 회삿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이런 시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회장님-대주주 수년 간 법정 다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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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D 사 회장인 이 씨가 Y 사 설립·운영과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회장 이 씨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단순 의혹을 넘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겁니다.

    문제를 제기한 건 현재 D 사의 2대 주주 임모 씨. 임 씨는 회장 이 씨를 상대로 '아파트 시행 사업권을 Y 사에게 넘긴 당시 결정이 결과적으로 D 사의 막대한 이익을 포기하게 만들었으므로 이를 배상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울산 아파트 시행 사업으로 100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벌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날렸다는 주장입니다(D 사가 벌어들인 시공이익은 Y 사의 시행이익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회장 측은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D 사가 사업권을 인수하려면 은행 대출 수백억 원이 필요했지만 대출에 필요한 주택보증보험 발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Y 사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겁니다.

    일단 민사 1심에서는 회장 이 씨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졌습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해 9월 1심 선고에서 "Y 사가 D 사 대신 시행 사업권을 양수할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D 사가 사업권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하기 어려웠다는 이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또 임 씨와 2014년 당시 D 사 대표이사는 회장 이 씨가 법인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며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이 씨는 1심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현재 민·형사 모두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계속된 '수상한' 재테크…업계 "해사 행위로 볼 수도"

    D 사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소송과 별개로 취재진이 주목한 것은 회사 재무제표입니다. 크고 작은 시공을 맡을 때마다 별개의 작은 시행사를 만들고, 돈을 빌려주는 '수상한' 사업 방식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2017년 설립한 H 사 대표는 이 회장 여동생입니다(그 전에는 이 회장의 처남댁이었고 지금은 제3자로 바뀜). H 사는 D 사가 건설한 아파트 시행을 맡은 다른 여러 시행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는 지주사 격 회사입니다. T 사 지분 20%, U 사 지분 40%, R 사 지분 40%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시행사들은 D 사·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서로 다시 빌려주면서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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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D 사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다른 시행사들에 빌려준 단기대여금은 모두 330억 원입니다. 이 중 못 받을 돈(대손충당금)으로 잡은 게 50억 원이 넘습니다. 단기대여금 외에 공사미수금이나 일반미수금까지 더하면 대손충당금 규모는 100억 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D 사 영업이익(208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때문에 법적 책임 문제와 별개로 이 회장의 이런 경영방식이 회사에 적잖은 부실 위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 시행업에 10년 넘게 종사한 한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형태의 금전거래를 비상식적으로 지속한 것 같다"라며 "사업 이익을 시행사 쪽에 몰아주는 방식인데 일종의 해사 행위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D 사 회장 이 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관련 의혹이나 문제 제기에 대한 대답을 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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