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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연설에 나타난 대남·대미 온도차, 왜?

통일/북한

    北 김정은 연설에 나타난 대남·대미 온도차, 왜?

    핵심요약

    남북통신연락망 복원 등 대남 유화 입장 부각
    美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강한 비난
    "美 군사적 위협·적대시정책 수법 더욱 교활해져"
    전통적인 '통미 봉남'과는 온도 차 있어
    대남 유화 메시지를 통한 '정세 관리' 의도 관측
    통일부 "대미·대남 온도차 예단 않고 종합 대응할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대남과 대미 문제 언급 간에 온도차가 있었다. 남측을 향해서는 10월초 남북연락채널 복원 등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미국에 대한 비난은 더 강해졌다.
     
    김 위원장은 10월 초 남북연락채널 복원 방침을 밝히면서 "남북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며,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위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등 각종 군사 행동 속에서도 남북연락채널의 조속한 복원이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호응한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런 유화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치군사적인 측면의 '근본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김 위원장은 현재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천명했다는 '대남정책'에서 "지금 남조선에서 우리 공화국을 '견제'한다는 구실 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우리를 자극하고 때 없이 걸고 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의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김여정 부부장의 주장처럼 불공정한 이중기준과 적대시정책의 철회를 '선결조건'이자 '중대과제'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근본문제의 선차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예전에 비해 비난의 강도를 더 높였다.
     
    김 위원장은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그 표현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국방력 강화 방침도 빼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지역의 불안정한 군사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준동을 철저히 억제할 수 있는 위력한 새 무기체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공화국 무력을 백방으로 다지며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여 당 체8차대회가 제시한 국방건설 목표들을 철저한 실천으로 관철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상대적으로 남측에 더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과거 일상적으로 유지됐던 '통미봉남' 기조와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대외문제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등 주동적인 정세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미 바이든 행정부를 강하게 비난한 것은 북미대화와 관련해 적극적인 카드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식 대화 요구에 움직이기는커녕 오히려 대북압박을 하는 상황에서 남측에 일단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 상황관리를 하고, 더 나아가 북미대화의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위한 남측의 역할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지난 8개월간의 바이든 정부 태도를 보았을 때 북미직접 대화 보다는 남북관계를 통한 북미대화로의 이행이라는 지난 2018년 방식에 다시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 된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반면 북한이 미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난 속에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를 당분간 접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 남한에 대해 대조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그것이 북미관계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10월초 남북통신연락선선이 복원되면 남북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겠지만, 남북관계 개선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첨단무기 도입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북한이 중시하는 근본문제 해결에서 남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한 관계 개선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25일 담화에서 남북연락사무소 재설치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그 선결 조건으로 이중기준 철회와 대북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내걸은 바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이중기준의 철회는 한국과 미국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 북한의 새로운 무기 개발과 군사행동을 용인하고, 더 나아가 유엔 안보리 제재의 해제를 요구하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지금 남북관계는 현 냉각관계를 해소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가 아니면 대결의 악순환 속에 계속 분열의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심각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우리 정부를 거듭 압박한 것도 근본문제에서의 행동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 북미관계 진전 문제는 모두 연동되어 있는 만큼 이를 진전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 정부 입장이고, 또 한미 공조를 통해 미국과 함께 노력하는 부분"이라며, "김정은 연설에서 나타난 대미 대남 입장의 온도차 문제도 한 쪽으로 예단하거나 섣불리 해석하기 보다는 종합적으로 분석해 신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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