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캡처지난달 치러진 총선에 불출마함에 따라 16년간의 총리 생활을 곧 마감하는 메르켈 총리는 최근 세계 각국 정상과 고별회담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찾아 홀로코스트 이후 독일이 한 약속을 다짐하는가 하면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13일 치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과 메르켈 총리의 화상회담은 떠나는 메르켈 총리에 대한 시 주석의 감사와 예우의 의미가 컸다. 양국 간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두 지도자가 환하게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회담을 진행했다.
시 주석은 메르켈 총리를 라오 펑요(老朋友·오랜 친구)라고 칭한 뒤 "중국의 대문은 언제나 당신에게 열려있다. 중·독 관계, 중·유럽 관계 발전에 계속 관심을 두고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메르켈 총리가 재임 중 중국-독일 양자관계와 중국-유럽연합(EU) 관계 증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메르켈 총리 재임 중 중국과 독일이 "국가 간에 제로섬 게임을 완전히 피할 수 있고 상호 이익과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중 12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6차례 시 주석과 통화하는 등 친분을 쌓았다. 시 주석은 메르켈 총리 재임기간 동안 2009년, 2014년, 2017년 각각 국가부주석과 주석 신분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10년 넘게 이어진 우리의 교류 하나 하나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며 "오늘 회담은 마치 중국에 다시 온 것 같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기간 동안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때 메르켈은 중국 리더들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다자주의 체제 수호와 보호주의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연말에 타결된 중국과 유럽연합(EU)간 투자협정도 메르켈 총리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이지만 이후 EU와 중국 간 제재와 맞제재가 얽히고 설키면서 EU 각국과 유럽의회에서의 비준이 난항에 빠진 상태다.
메르켈 총리는 홍콩 문제와 신장인권에도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실용적인 접근으로 독일 기업과 제품의 중국 진출에 활로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양국간 경제적 의존도 심화됐다.
대한무역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부터 독일의 최대 교역국(수출입액 합계 기준)으로 떠올랐으며, 2019년 양국의 교역액은 처음으로 2000억 유로(2057억 유로)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