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대장동 민관(民官) 합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다음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검찰로선 김씨 구속 시도가 한차례 불발된 이후 다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 부담감이 적지 않다. 구속 성패가 수사 동력과 직결될 것이라는 분석 속 수사팀은 비교적 입증이 용이한 혐의들로 영장 내용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수사팀 구성 한 달째를 맞은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김만배씨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 핵심 민간 사업자 조사에 집중해왔다. 이번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지만, 수사팀은 그 시점을 미루고 막판 혐의 다지기에 주력했다.
수사 초반과 대비되는 신중 기류는 검찰을 향한 거센 비판론과 무관치 않다. 수사팀은 지난 14일 배임‧뇌물공여‧횡령 혐의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 기소 때에는 윗선 수사와 직결되는 배임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고, 산정된 뇌물수수액도 당초 수사팀 판단보다 줄었다. 수사 의지와 역량을 믿기 어렵다는 비판론과 특검 도입론이 이어진 배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씨 구속 시도가 또 다시 불발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만큼, 영장은 명확한 근거가 확보된 선에서 뇌물 혐의 위주로 기존보다 제한적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화천대유가 선정된 건 미리 약속된 특혜이고, 그 대가로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수익금 70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이른바 '700억원 뇌물 약속' 혐의는 영장에 적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천화동인 1호를 통한 수익금 지급방식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된 정황을 파악해 해당 혐의를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도 이미 포함시켰다.
다만 수사팀은 해당 공소장에 김씨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의 뇌물을 전달했는지는 적시하지 못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5억원을 건넸다는 게 당초 판단이었지만, 근거가 빈약했던 것이다. 따라서 뇌물 공여 혐의를 특정했는지 여부는 수사 진척 정도를 가늠할 중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화천대유가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올해 초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50억원이 곽 의원에 대한 뇌물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은 막판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도 곽 의원이 김씨를 도와줬고, 그 대가로 거액 퇴직금 지급이 이뤄졌다고 의심해 온 검찰이 '사업 편의 제공 의혹'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의혹 당사자들은 이 같은 뇌물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장동 수사의 또 다른 축으로서, 성남시 윗선 수사와 맞물리는 배임 혐의는 입증이 까다로운 만큼 구속 단계에서보다는 기소 때 다른 피의자들과 일괄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인사들이 사업자 공모‧선정‧협약 과정에서 화천대유 측에 과도한 특혜를 몰아줌으로써 공사에 최소 1163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으며, 이 과정에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 사업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사업 이익 배분 구조를 공사에 보다 유리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내부 의결과 실무진 의견이 최종적으로 배제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관계자 조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배임죄가 입증돼야 부패재산 몰수가 가능한 상황에서 최근 전담수사팀에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 검사 4명이 추가 투입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다만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이어 김씨 영장에서도 배임 혐의가 제외될 경우 검찰이 '이재명 성남시장 체제', 즉 윗선 조사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