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오른쪽부터), 홍준표,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원투표를 하루 앞둔 31일 대선주자들은 상대 후보를 견제하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말폭탄 수위가 높아지며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나는 등 이전투구 양상이 나타나며 경선 이후 원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을 향해 "문재인 정권이 설치한 의혹의 시한폭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후보로는 결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대세는 저 홍준표로 굳었다"거나 "2030세대, 호남,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고 본선에서 확실하게 이길 후보 역시 저 홍준표뿐"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주호영 상임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은 소탈하고 경청한다. 오만하고 막말하는 독고다이는 결코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며 홍 의원을 겨냥했다.
윤 전 총장 측 이상일 공보실장도 홍 의원을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경선 개입 차원에서 고른 일회용 후보"라 규정했고, 김병민 대변인은 홍 의원의 토론 태도를 지적하며 "'준비가 전혀 안된 빈깡통 후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두 후보 진영은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천 협박' 게시글을 놓고도 충돌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소속 중진이 당협위원장들에게 해당 지역의 득표율이 높아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며 '협박'했다는 의혹인데, 현재 게시글은 지워진 상태다. 윤 전 총장 측은 "허위사실"이라며 형사고발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홍 의원 측은 '불법선거 제보센터'를 운영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당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인과 장모의 온갖 비리 의혹, 막말, 망언에다 기본적인 상식도 없고, 정책도 토론도 준비 안 된 후보로는 도저히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모두 지적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제게 가진 서운한 감정, 이제는 거둬주시고 여러분이 키워내신 대구의 아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촉구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대장동과 함께 개발특혜 의혹이 제기된 성남 분당구 백현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 전 지사도 "우리는 집안싸움 하느라 너무도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며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후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간 견제와 비판에 쏟아지는 가운데, 지지자 사이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유 전 의원 측은 지난주 강원도 합동토론회에 이어 전날 여의도 KBS 방송국 앞에서 윤 전 총장 지지자가 유 전 의원 지지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윤 전 총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유 전 의원 측 권성주 대변인은 "또다시 사과하지 않는다면 일련의 폭행사건의 배후가 바로 윤 후보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 중재에 나섰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이날 각 후보자들에게 서신을 발송하고 경선 막바지 과열양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서신에서 "품위 있고 절제된 모습이 국민과 당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이를 유념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발걸음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