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지역 개발 방식이 민관(民官) 합동개발 방식으로 확정되는 배경에 이익 극대화를 노린 민간 사업자들의 청탁과 로비가 있었다고 보고 그 시점을 2012년으로 특정했다. 이 시기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장동 사업 개발 방식을 기존 공영개발에서 민관합동개발로 사실상 전환해 발표한 때다.
이 후보 측은 시의 능력과 경험 부족에 따라 보완책으로 순수 공영개발이 아닌 민관합동개발을 채택했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이 방식을 민과 관 사이의 '유착 산물' 격으로 의심하는 모양새다.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 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자 공모지침서 작성 단계서부터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관철했다고 조사된 필수 조항과 당시 이 후보가 밝혔다는 '사업 방침'도 일부 유사해 인과관계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檢 "민관합동개발=민간업자 이익 극대화 방안" 판단
3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014년 12월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이 '민관합동 방식'으로 최종 확정되기까지 천화동인 4호·5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 이 지역 핵심 민간 사업자들의 물밑 청탁과 로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여태까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하던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토지수용권과 인·허가권이 담보되지 않는 민영개발의 한계로 기대 수준의 이익을 취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했고, 그 결과 2012년경 민관합동개발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통해 유동규 전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 기획본부장을 소개 받은 뒤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대장동 부지 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탁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이후 2012년부터 2013년 초 무렵 김만배씨에게 공사 설립 로비작업을 부탁했고, 김씨는 성남시의회 의원 등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 작업을 벌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청탁·로비 시점 지목된 2012년엔…성남시 민영→민관합동개발 추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이한형 기자실제 2012년은 공영개발로 추진되던 대장동 사업 방식이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해이기도 하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는 그해 초까지만 해도 공영개발 방식을 여러 차례 공언했는데, 같은 해 4월 유 전 본부장은 돌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년 간 표류하던 사업을 민관 공동 개발 방식으로 추진함으로써 성남시와 민간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며 민관합동개발 방식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를 두고 '정책 엇박자' 아니냐고 지적하는 언론보도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 후보는 6월27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도시개발공사를 설립, 민간자본을 유치해 대장동을 개발하면 31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 지역 개발 방식을 두고 이어진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다. 유 전 본부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개발 방향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민간업자들의 청탁과 성남시의 정책 결정 과정이 별개로 이뤄진 것인지 여부는 수사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성남시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엔 능력과 경험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민간사업자를 참여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택하게 됐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이 후보 캠프는 대장동 개발사업 Q&A 자료를 통해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조 5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사업자금을 투자할 능력도, 조직도, 대규모개발 경험도 없었다"며 "타협책으로 이 3가지의 위험은 민간사업자가 모두 부담하나 시는 위험 부담 없이 상당한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민관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수사로 파악된 民 요구…李 대장동 지침과 유사하지만 인과관계 '물음표'
대장동 사업자 공모지침서가 민간사업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며 검찰이 그 근거로 제시한 '민간사업자의 필수요구 조항' 일부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강조했다고 밝힌 '대장동 사업 지침'과 유사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검찰은 사업자 공모 직전인 2015년 초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민간이익 극대화를 위한 필수조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를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고, 유 전 본부장은 공사 전략사업실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에게 이 조항들을 공모지침서에 반영하게 했다고 봤다.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 배제 △공사의 확정이익 외 추가 이익 분배 요구 배제 △개발사업으로 조성한 택지는 민간사업자 직접 사용 등이 조항의 주요 내용들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비용 부풀리기와 부정거래가 의심이 되기 때문에 고정 이익을 최대한 환수하라 이게 첫 번째 지침이었고 두 번째는 공개경쟁을 반드시 시켜라. 세 번째로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 같은 데는 배제하고 반드시 대형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해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민간사업자들의 청탁 사항으로 본 '필수조항'들을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 지침으로 강조한 모양새여서 이에 대한 인과관계를 놓고도 물음표가 제기된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과 김씨 등 다른 피의자의 구속영장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은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검찰은 "결론을 예단하지 않고 증거 관계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