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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화천대유 조세회피처 자금, 설계자는 글로벌 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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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단독]화천대유 조세회피처 자금, 설계자는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자산 180조' 오크트리캐피탈 전천후 관여 포착

    화천대유자산관리가 2018년 4월 빌린 210억 원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거대 글로벌 헤지펀드의 이름이 포착됐습니다. 운용자산만 180조 원에 달하는 헤지펀드 운용사가 직접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국내 증권사가 만든 펀드 상품을 거쳐 화천대유에 150억여 원을 투자한 겁니다. 이런 복잡한 자금 흐름을 설계한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이한형 기자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이한형 기자조세회피처 미국 델라웨어의 유령회사 자금 152억 원이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 흘러간 과정 전천후에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가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세회피처와 증권사, 은행 등 여러 단계를 거친 자금 흐름의 설계자로 거대 헤지펀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복잡한 구조로 돈을 회전시킨 배경과 목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89조 굴리는 '공룡 헤지펀드'가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설립

    미국 델라웨어 주 정부에 등록된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의 회사 설립 및 해산 신고 서류. 오크트리캐피탈 임원의 서명이 확인된다. (허지원 기자)미국 델라웨어 주 정부에 등록된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의 회사 설립 및 해산 신고 서류. 오크트리캐피탈 임원의 서명이 확인된다. (허지원 기자)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크트리캐피탈은 지난 2018년 1월 미국 델라웨어 주에 페이퍼컴퍼니인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를 설립했다. 오크트리캐피탈은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하워드 막스 회장이 설립한 헤지펀드로 운용 자산이 1600억 달러(약 189조 원)에 달하는 거대 글로벌 운용사다.

    이 회사가 설립한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는 뚜렷한 실체 없이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유령회사다. 지난 5일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관련기사: [단독]화천대유 일부 자금, 美 조세회피처 유령회사서 왔다)에서 화천대유에 투자된 152억 원의 출처로 지목된 곳으로, 2018년 4월 화천대유에 210억 원을 대출한 '리딩RED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에 152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진이 확보한 회사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9년 12월 말 회사는 자진 폐쇄했다. 당시 델라웨어 주 정부에 회사 설립과 해산 작업을 맡은 현지 전문 대행사 C사를 통해 확보한 공식 자료를 보면, 관련 서류들에 책임자로 서명한 인물이 오크트리캐피탈 미국 본사의 고위 관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투자자 살펴보니…'헤지펀드+증권사' 임원들 수두룩

    화천대유에 210억 원을 대여한 리딩투자증권 사모펀드(REDI 2호) 투자자 구성을 보면 큰 틀에서 개인과 법인으로 나눌 수 있다. 취재 과정에서 투자자 실명이 확인된 것은 180억 원이다. 나머지 30억 원의 출처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채 베일에 쌓여있다.

    드러난 180억 원 중 가장 큰 비중은 152억 원을 넣은 페이퍼컴퍼니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다. 나머지 28억 원은 'REDI 1호'라는 이름의 리딩 사모신탁펀드가 투자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CBS노컷뉴스가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REDI 1호 투자자 명단을 보면, 펀드는 13명의 개별 투자자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해외 국적의 한국인 △투자(IB)업계 고위 관계자 △특수목적법인(SPC) 등으로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4억 원을 투입했다. 이 중 상당수가 오크트리캐피탈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오크트리캐피탈의 아시아 지사와 한국 지사의 고위급 임원과 배우자가 펀드에 참여했다. 이들이 넣은 돈만 11억 원(28억 원 중 40%)이다. 글로벌 헤지펀드가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설립을 주도해 출처 불명의 자금 150억 원을 화천대유에 투입했을뿐 아니라, 헤지펀드의 임원들도 그 과정에서 개인자금까지 동원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아울러 사모신탁 상품을 만든 리딩투자증권의 고위 임원 이모씨(4억 원)와 박모씨(1억 원)도 펀드에 직접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은 오크트리캐피탈 부동산 투자부문 아시아 책임자인 최모(51)씨를 포함해 추가로 확인된 펀드 투자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투자 경위와 관련해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

    복잡한 자금흐름 왜? 전문가들 "출처 가리는 것이 목적"

    2018년 화천대유가 차입한 210억 원이 '헤지펀드→조세회피처→사모펀드→은행' 4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전달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한 자금 흐름일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상식적인 선을 벗어난 방식으로 돈의 출처를 가리기 위해 껍데기를 여러 겹으로 씌웠다"며 "과정이 복잡하면 비용도 당연히 증가하는데 (투자자가) 그걸 감수할 이유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다른 회계사는 "결국 투자금이 어디서 왔느냐가 사안의 핵심인데 조세회피처는 출처 은폐와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선택지"라며 "사모펀드가 투자 구조를 설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헤지펀드 현직 운용역은 "운용사나 증권사 임원이 투자에 참여한 것은 '책임투자' 측면에서 들어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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