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대검찰청 감찰부가 대검 대변인의 공용폰을 영장도 없이 제출받은데 이어, 당사자 참관 절차까지 생략한 채 포렌식 작업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대검 감찰부의 포렌식 직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검 감찰부를 앞세운 공수처의 '우회 압수수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감찰부(한동수 부장)는 지난달 29일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장모 대응 문건' 의혹 등 감찰부가 진행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진상조사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조치다. 압수한 휴대전화는 서인선 현 대변인을 비롯해 이창수·권순정 전 대변인이 쓰던 기기다.
서 대변인은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통상 절차에 따라 앞서 공용 휴대전화를 사용했던 전임 대변인들에게 포렌식 참관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감찰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감찰부는 대변인실 서무 직원이 대신 참관하면 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고선 해당 직원이 자신은 휴대전화의 실사용자가 아니라며 참관을 거절하자 참관자 없이 포렌식을 강행해 자료를 확보했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 안팎에서는 절차상 하자를 꼬집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언론 대응 담당자인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영장도, 참관도 없이 압수해 포렌식까지 진행한 건 감찰을 명분 삼은 사실상의 취재 활동 감시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대검 감찰부는 "언론 활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제한을 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공용 휴대전화는 이미 3명의 대변인이 과거에 사용한 이후 순차적으로 초기화했다가 사용이 중단된 상태였다"며 "형사소송법상 포렌식 단계에서 현재의 보관자에게 참관 기회를 부여하고 진상 조사와 관련된 정보가 나올 경우 해당 정보 주체에게 통보하면 됐으나, 아무런 정보도 복원할 수 없어 정보 주체에게 사후 통보할 여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종민 기자감찰부의 해명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공용폰 압수수색 논란은 공수처의 행보와 맞물리면서 재차 불이 붙었다.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 휴대전화를 임의로 압수한지 일주일 만인 지난 5일 공수처는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현재 대검 감찰부와는 별도로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중인데, 그간 수차례 강제 수사에도 이렇다 할 단서는 찾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상황 속에 진행된 공수처의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이 결국 휴대전화 영장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피하려는 목적에서 계획된 편법 수사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공수처가 개별 영장을 발부받는 대신 대검 감찰부와 미리 물밑 교감을 거친 다음, 대검 대변인들이 쓰던 공용 휴대전화를 '감찰부 압수수색'이라는 외형을 띄면서 우회적으로 확보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 '고발 사주' 수사팀은 대검 내부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수사팀은 해당 사건 수사상 필요가 있어 적법 절차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 기재 내용대로 대검 감찰부로부터 포괄적으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수처가 적법 절차를 회피해 편법적, 우회적으로 해당 휴대폰이나 휴대폰 내용물을 확보하기 위해 대검 감찰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을 것이라는 보도 내용은 아무런 근거 없는 억측"이라며 "이는 공수처와 '고발 사주'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유감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대검 감찰부와 공수처가 연달아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검 감찰부는 공용 휴대전화에서 아무런 내용도 나오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대고 있지만, 참관도 없이 진행된 포렌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길이 없다"며 "위법한 증거 수집이 이뤄졌는지 따져야 함은 물론, 공수처와 사전 협의 의혹도 제기된 만큼 대검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