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김재원 최고위원. 박종민 기자국민의힘을 탈당한 당원 수는 총 40명에 불과하다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주장에 이준석 대표가 직접반박에 나섰다. 2030 세대의 지지가 목 마른 상황에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의 발언은 후폭풍을 수습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8일 자신의 SNS에 "2030탈당자가 40명 남짓이라는 허위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지난 주말 수도권에서 선거인단에서만 1800명이 넘는 탈당이 있었고 탈당자중 2030비율은 75%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기경호하는 것도 아니고 왜 방송 나가서 내용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이상한 소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2030을 조롱해서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이득은 무엇인가"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무엇을 위함인지 알 수 없는 조롱과 역선택 주장으로 폄훼하면 돌아올 것은 역풍밖에 없다"며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2030세대의 탈당 이탈 움직임을 '민주당의 역선택 증거'라는 윤 후보 캠프 측에 경고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중앙당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전대 종료부터 이날 오전 현재까지 확인된 탈당자 수는 40명이 전부"라며 "청년층 탈당 러시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탈당 절차는 입당 때보다 훨씬 복잡하다. 입당은 휴대폰으로도 손쉽게 가능하지만 탈당은 신고서를 받아 수기로 작성한 뒤 각 시도당에 팩스나 우편으로 접수해야 한다. 접수된 탈당계는 시도당이 내부 전산망에 입력해야 최종 중앙당 통계에 반영된다.
때문에 김 최고위원이 복잡한 탈당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나온 발언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날 오후 국민의힘 조직국에 따르면 주말 사이 서울에서만 탈당자가 623명이었고 그중 80%이 2030세대라고 한다. 젊은 세대의 '국민의힘 탈당 러쉬'가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윤창원 기자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의 당선으로 정치 참여의 효능감을 맛봤던 2030 세대는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지지하던 후보를 본선까지 안착 시키지 못해 상당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주말 사이 국민의힘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선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탈당을 인증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층 탈당러시가 사실무근이라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상실감 속에서도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된 윤 후보를 두고 지지 여부를 고민하던 움직임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탈당 인증에는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이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홍준표를 지지하는 2030세대'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홍준표 의원의 캠프 해단식에는 청년들이 계단까지 빽빽하게 들어서는 등 과거 보수당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후폭풍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내세운 국민의힘으로 오롯이 향할 수밖에 없다. 앞서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도 젊은 세대에 취약점을 확인했었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과 젊은세대의 표심은 최종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법을 전방위로 고민 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일단은 입당 시기부터 매끄럽지 않았던 이 대표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걸 첫번째 과제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를 적극 돕겠다고 입장을 바꿔도 2030의 표가 윤 후보에게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윤 후보 자신이 직접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당은 그걸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2030의 지지를 자꾸 역선택이다, 탈당은 없다 하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