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본격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에 착수했지만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의 집중 견제 속에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윤 후보는 기존 캠프를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반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캠프 전면 교체를 주문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후보의 정치력이 본선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지난 5일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 후보는 이날 죽마고우(竹馬故友)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으로 이날 오전 처음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 논의를 거쳐 많은 원로나 중진들, 당 관계자들과 협의하는 채널로 권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으로 발령을 냈다"며 "권 실장이 여러 의견을 청취해 선대위 조직의 그림을 그려가는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의 국민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았던 권 의원은 지난 5월에는 당 밖에 머물고 있던 윤 후보와 강릉에서 별도 회동을 할 정도로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8일 권성동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에 앞서 윤 후보와 권성동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창원 기자당초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장제원 전 종합상황실장도 거론됐지만, 장 전 실장의 아들이 최근 무면허‧음주 등으로 구속된 점을 고려해 대외 이미지 차원에서 권 의원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한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 체제' 시절 장 전 실장과 갈등을 빚은 부분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 등 위기 때마다 윤 후보를 적극 지원 사격했던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하기 전부터 캠프 인사들에 대한 '전면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며 윤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특별 대담 방송에서 윤 후보로부터 총괄선대위원장 직을 제안 받지 않았다며
"여러 차례 대선을 경험해봤는데 공식 후보가 되기 전과 공식 후보가 된 다음에 사람이 좀 변하는 성향들이 있다"고 윤 후보를 겨냥했다. 여야를 오가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을 조력했지만 결국 토사구팽을 당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본선을 앞두고 캠프 재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은 "'
자리 사냥꾼'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혹시나 대통령이 되면 무슨 덕을 보지 않을까 하는 이런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며
"자신을 후보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책무감에서 이 캠프로 대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이 대표도 김 전 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하며 가세했다. 이 대표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캠프의) 전면 재구성, 자리를 비우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김 전 위원장은 상당히 큰 권한들을 요구하고 실제로 그렇게 권한이 위임되었을 때 선거 승리를 가져갔기 때문에 그 지점을 놓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을 앞두고 윤 후보의 캠프 내 자리를 전면 비우고 새로운 인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동시에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윤 후보 캠프 내부에선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이같은 외부의 압박 공세에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윤 후보가 정치권에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함께 했던 충성파 참모들을 쉽게 내칠 수도 없고, 본선 승리를 위해 능력 위주의 캠프 인사 재배치 요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후보 캠프 내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 캠프 초창기에 1기, 2기라 불리는 인사들이 초보적인 실수를 많이 보여서 전면 물갈이가 될 거란 말이 예전부터 돌았다"며 "특히 경선 과정에서 '임명장 남발' 같은 실수는 구시대적 방식을 고집하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캠프 인사 개편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윤 후보 입장에선 충성파와 능력파 사이에서 선택의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사람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윤 후보가 고도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