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송영길·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9일 네번째 TV 토론을 가지면서 여당 내에서 "대선 국면에서 당대표가 후보보다 많이 보인 적이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당대표 역할은 사실상 끝난 것과 마찬가지인데, '송영길 1일 1인터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언론 활동의 중심에 서 있는 게 사실이다.
이재명캠프가 가장 걱정했던 문제는?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명캠프 측에선 송 대표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나왔다.
'대깨문 발언' 등 송 대표의 설화 리스크와 더불어 '결선 파동'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 측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한 것에 대해 계파를 떠나 송 대표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도 점차 냉랭해졌다.
앞서 송 대표는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했다. 개혁당원이라는 분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을 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해 핵심 지지층과 각을 세웠다.
또 이 전 대표 측과 물밑 조율 없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지난달 18일 출연해 "이재명 후보가 오늘 경기도 국감을 하시니까, 끝나고 나면 사표를 내고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정식으로 이낙연 전 총리님을 찾아 뵐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막걸리 한잔 하면서 서로 풀어지시지 않을까 싶다"고 해 이 전 대표 측에서 당황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후보에게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하는 시점에도 송 대표가 대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데 대해 이 후보 측근 의원은 "우리가 제일 걱정했던 문제가 이런 상황이다. 당대표는 정권 창출의 불쏘시개가 되어야지 주연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송 대표가 단독 상임선대위원장 체제를 고집했고, 선대위가 이 후보만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다.
재난지원금 추진 과정에서 이 후보 특유의 과단성이 드러난 데 이어 '오피스 누나' 등 현장 발언이 논란을 빚자 당에서 후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인식이다. 이 후보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후보가 이슈를 계속 주도해야 하는데 당이 이를 쥐고 가려고 하면서 후보는 박제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이준석, 차차기 여야 대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보고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송 대표의 행보를 놓고 당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엔 '결국 이준석 대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게 아니냐'는 인식 때문이다.
여야 대표 모두 차차기 대권을 내심 노리는 상황에서 서울 종로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 대표의 몸값만 키워준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은 이날 MBC 100분 토론에 이 대표와 함께 출연해 자당 대선 후보의 자질과 능력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송 대표는 "팔에 장애가 있어서, 정말 기득권 아닌 흙수저로 커오신 분"이라고 이 후보를 추켜세운 한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해 "우리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벼락출세 시켜준분 아니냐. 왜 늬들이 뽑았냐 하면 할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도 정권교체론'을 거듭 강조하면서 핵심지지층의 역린을 자극한 것.
이는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큰 상황에서 무당층 표심을 얻기 위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친문 진영에 대한 섭섭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라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에 여야 대선후보 모두 2030 표심을 파고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586 맏형'인 송 대표가 '이대남'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와 맞붙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도 크다.또다른 민주당 의원은 "차차기 여야 대결 같은 인상을 심어줘선 안 된다"면서도 "송 대표가 당대표에 취임했을 때 예상됐던 일"이라고 자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