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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타구였죠" KT 살린 박경수의 호수비, 그는 큰 경기가 더 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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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타구였죠" KT 살린 박경수의 호수비, 그는 큰 경기가 더 편한가

    '나를 믿어' KT 박경수가 소형준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나를 믿어' KT 박경수가 소형준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계획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데, 공격으로 받고 싶었는데, 그런데 수비로 데일리 MVP를 받은 경우도 있나요? 제가 최초인가요?"

    프로야구 KT 위즈의 베테랑 박경수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이 같이 물었다.

    KT는 15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대1로 이겼다.

    황재균은 1회말 선제 결승홈런을 터뜨렸고 '빅 게임 피처' 소형준은 6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5회말 대거 5점을 몰아쳐 승부를 결정지은 KT 타선의 집중력 역시 좋았다.

    하지만 1회초 무사 1,2루 기회를 잡으며 기분좋게 출발한 두산의 기세를 꺾은 KT 2루수 박경수의 결정적인 수비만큼 강렬한 장면은 없었다.

    박경수는 호세 페르난데스가 때린 총알같은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다음 판단은 더 기막혔다. 박경수는 2루로 공을 뿌리는 과감한 플레이로 선행주자를 잡아냈고 발이 느린 페르난데스 역시 1루에서 아웃되면서 순식간에 병살이 완성됐다.

    1안타 1득점을 올린 박경수보다 좋은 타격 기록을 남긴 타자들도 있었지만 1회초 병살 플레이는 박경수를 데일리 MVP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박경수는 공격으로 데일리 MVP를 받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사실은 너무 감사하다. 이번 상은 고참들을 대표해서 받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차전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 오늘은 막내 소형준이 큰 경기 선발로 나섰다. 경기 전에 오늘은 노땅들이 좀 해보자고 얘기했다. 다행히 황재균이 홈런을 쳤고 나는 수비에서 보탬이 됐다. (유)한준이 형은 몸에 맞는 볼로 나갔고 장성우는 중요할 때 적시타를 쳤다. 모든 걸 대표해 내가 받는 것"이라며 웃었다.

    박경수의 호수비는 올해 KT를 여러 차례 살렸다. 박경수는 지난달 3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서도 결정적인 호수비를 펼쳤다.

    박경수가 그날 펼쳐보였던 세리머니와 감정 표현은 이날도 재현됐다.

    박경수는 "어려운 타구였다. 정말 어려웠다. 그 다음에 병살이 나올 줄은 몰랐다. (유격수) 심우준이 잡아서 좋은 송구를 했다. 그때 투수 (소)형준이가 가장 먼저 보였다. 너무 기뻤다. 주자는 3루에 있지만 안타를 맞아도 1점이니까 그래서 나도 뭔가 했구나, 그런 감정 표현이 나왔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발이 느렸다. 만약 박경수가 1루 승부를 선택했다면 여유있게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다. 다만 1사 2,3루가 이어졌을 것이다. 박경수가 넘어진 상태에서 2루 승부를 선택한 게 이날 경기의 최대 분수령이 됐다.

    박경수는 "타구 자체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2루 송구를 생각했다. 선행 주자를 잡는 것이 기본"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게 바로 베테랑의 힘이다.

    박경수는 2003년 KBO 리그에 데뷔했지만 가을야구는 작년이 처음이었다. LG 트윈스의 '암흑기' 시절 멤버로 오랜 기간 뛰었기 때문이다.

    가을야구가 낯설고 특히 한국시리즈 무대에 긴장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박경수는 달랐다.

    그는 "한국시리즈라고 작년 플레이오프와 큰 차이는 없다. 더 큰 무대지만 같은 포스트시즌 경기라 비슷한 것 같다. 경기 시작 후 이닝을 거듭할수록 주말 정규리그 경기를 하는 기분으로, 긴장감이 점점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든든한 베테랑은 투수 소형준에게 큰 힘이 됐다. 박경수는 호수비를 펼친 후 소형준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며 "괜찮으니까 뒤를 믿고 편안하게 네 공을 던져"라고 소리 쳤다.

    소형준도 그 말을 들었다. 생각은 조금 달랐다. 소형준은 "선배님이 뒤에 있어서 더 든든하다고 생각했고, 믿고 던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래도 편안하지는 않았고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그만큼 한국시리즈는 큰 경기다. 박경수가 유독 침착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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