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연합뉴스대선을 앞두고 2030의 표심을 잡기위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2030세대가 주 투자자로 부상한 가상자산과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공약이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제도정비가 되지 않아 혼란이 잦은 가상자산 시장에 혼선만 더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대규모 토지 개발, 부동산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전 국민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하고, 전 국민이 (가상자산을) 거래하면 일종의 가상자산 시장이 형성된다는 걸 심도있게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에 대해서도 "'가상자산, 그거 하면 안 된다', '청년 위험하니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훨씬 많다"면서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상자산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행사에 참석해 한 발언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주 투자자로 떠오른 2030세대의 표심을 겨냥한 발언이다. 다만,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당내는 물론 캠프 내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이재명 캠프에서 경제관련 공약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전국민 가상자산 지급은 처음듣는 얘기"라며 "가상자산 세금 유예처럼 20대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발언 이후 전국민 가상자산 지급을 위한 재원이 될 부동산 개발 이익 환수가 어떻게 이뤄질지, 설사 재원이 마련되더라도 무슨 근거로 이를 가상자산으로 환원해 전국민에게 지급할지 등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이후 구체적인 공약이행 방향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의견을 묻자 "현 여당 대선후보가 공식석상에서 내놓은 발언인 만큼 어느정도 구상은 가지고 있지 않겠냐"고 오히려 반문하면서도 "너무 먼 얘기라 뭐라고 답변하기가 곤란하다"며 곤혹감을 드러냈다.
헤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는 '전국민 가상자산 지급' 발언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캐스팅보터로 급부상한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위한 가상자산 관련 실제 정책과 공약의 엇박자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전국민 가상자산 지급은 커녕 현 정부는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할 의지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의 "(가상자산 투자라는)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후 미국에서 가상자산 ETF가 출시되는가 하면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 가상자산이 각광 받으며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환경이 크게 달라졌지만 정부의 기본 입장은 큰 틀에서 변함이 없다. 다만, 새로 금융당국 수장이 바뀌며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한 거래시스템 확립과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등의 세부 사항만 일부 보완했을 뿐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부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가상자산 시장을 키우겠다고 해 우리도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가상자산 과세 역시 정부와 정치권이 엇박자를 드러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근거로 내년부터 가상자산을 팔아 벌어들인 기타소득이 연 250만원을 넘으면 20%의 세금을 매길 방침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이 여야 합의하에 논의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현행 250만원인 공제한도를 5천만원으로 대폭 높이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원 기자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과세 유예는 여야가 합의해 정부 의사와 관계없이 개정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지난해 말에) 여야가 합의했고 과세 준비도 돼 있는데 유예하라고 강요하는 건 좀 아닌 거 같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한 현 정부 입장의 옮고 그름을 떠나 정치권, 특히 여당 주도로 정부와 합의하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금융당국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정협의로 해결할 문제를 '우리는 입장이 다르다'고 대놓고 정부 입장을 비판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