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KT 박경수가 5회초 홈런을 터뜨리자 동료들이 1루 덕아웃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프로야구 KT 위즈에는 롯데 자이언츠 출신 선수들이 많다. 황재균, 장성우, 배제성, 박시영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롯데 시절에는 몰랐던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값진 경험을 쌓고 있다.
KT의 포수 장성우는 1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BO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과거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최근 연락을 자주 했다며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강민호는 장성우에게 "한국시리즈에서 만나자"고 했다. 강민호 역시 롯데 출신 KT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간절히 밟고 싶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달 31일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KT에 0대1로 졌다. 이 경기는 두 팀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KT가 여유있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한 반면,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미라클 두산'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장성우는 "(강)민호 형은 많이 아쉽다고 했고 제게는 우승하면 좋겠다고 격려해줬다"며 "민호 형 얘기로는, 삼성은 이기려는 마음이 너무 강했고 두산은 즐기려는 느낌이 강했다고. 너희도 편하게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의 막내 구단 KT는 지난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그래도 소중한 경험을 했다.
대다수의 KT 선수들에게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는 낯설고 어려울만 했다. 하지만 KT는 마치 두산 선수들처럼 큰 무대를 즐기고 있다.
정규리그 막판의 경험이 KT에게는 큰 자산이 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정규리그 1위 결정전이 정말 컸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작년 플레이오프 때는 나도, 선수들도 조금 긴장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1차전 시작 때부터 들뜬 선수가 없었다.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긴장을 덜 했다는 것"이라며 "마지막 경기가 정말 작용을 크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 같았던 삼성과의 1위 결정전을 치른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장성우는 더 나아가 1위 결정전 진출의 계기가 됐던 SSG 랜더스와 정규리그 최종전을 떠올렸다. 만약 KT가 SSG에게 졌다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은 삼성의 몫이 됐을 것이다.
장성우는 "그때 선수들이 하나같이 긴장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 경기를 이겼고 삼성과 타이브레이커 때는 오히려 더 긴장을 안 하게 됐다. 그런 부분이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진 것 같다. 또 작년에 두산과 만났고 올해 두산이 올라와서 더 편한 게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풍부한 경험을 쌓은 KT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몰랐다.
KT는 5⅔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진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앞세워 두산을 3대1로 누르고 1,2차전에 이어 3차전 역시 승리로 장식했다.
베테랑 박경수는 8회말 수비 도중 우측 종아리를 다쳐 교체됐지만 5회초 미란다를 상대로 0의 균형을 깨는 결정적인 솔로포를 때려 베테랑의 진가를 발휘했다. 팀 타선은 전반적으로 잠잠했지만 이날도 실책 없는 안정된 수비로 두산의 득점을 최소화 하는데 성공했다.
정규시즌 막판에 경험한 극한의 승부는 정말 큰 자산으로 남았다. 이제 KT는 창단 첫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