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 불을 지르고 있는 A씨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제주동부경찰서 제공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힌 40대 남성.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4‧3 희생자를 위해 제를 지내려고 불을 질렀다"고 황당한 주장을 늘어놨다.
18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A(41)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7일 밤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 쓰레기를 놓고 불을 질러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직후 A씨는 달아났으나 경찰이 이날 오후 제주시 주거지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4‧3 희생자 영령에 제를 지내려고 불을 질렀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자 16ℓ 휘발유도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A씨는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방화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방화로 훼손된 위령제단 모습. 4·3평화재단 제공앞서 이날 아침 4‧3평화공원 내 돌무더기 형태의 위령제단 분향 향로와 4‧3영령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꺼지지 않는 불꽃'이 심하게 훼손된 모습을 4‧3평화재단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분향 향로와 위령 조형물에는 플라스틱 물병과 고무장갑, 비닐, 종이류 등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또 위령제단 바닥이 불에 타버리면서 심하게 그을린 상태였다.
공원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제주4‧3평화재단 관계자는 "4‧3희생자를 모독하고, 유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이런 패륜적인 행위는 규탄돼야 하고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4‧3평화공원은 70여 년 전 제주4‧3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 2008년 문을 열었다. 돌무더기 형태의 위령제단에는 4‧3영령을 상징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 조형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