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삼성전자가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임원 직급 단계를 축소하고 직급별 체류기간을 폐지해 30대 임원, 40대 CEO(최고경영자)도 나올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29일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 정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승격제도 △양성제도 △평가제도를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 및 계층별 의견청취 등을 통해 인사제도 혁신방향을 마련했다. 최종적으로 노사협의회·노동조합 및 각 조직의 부서장과 조직문화 담당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해 세부 운영방안을 수립했다.
새 인사제도는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고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와 터전을 마련하며 △상호 협력과 소통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향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우선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는 삼성형 패스트-트랙(Fast-Track)을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직원 승격의 기본 조건이었던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없애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세션'을 도입했다. 성과만 좋다면 30대에도 임원이 되는 길이 열리고, 나아가 40대 CEO도 탄생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했다.
아울러 고령화, 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추가로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을 위해 사내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연합뉴스'양성제도'의 핵심은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사내 'FA'(프리에이전트) 제도다.
또한 국내 및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스텝(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를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한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 구축을 위해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하는 등 '워크 포름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 정책'도 도입할 예정이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에서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 '평가제도'에도 변화를 줬다. 다만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 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