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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연상호가 '지옥'에서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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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연상호가 '지옥'에서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연상호 감독 <상>
    지옥행을 고지하는 천사와 시연하는 사자들…'지옥' 세계관의 시작을 듣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박정자, 너는 5일 후 15시에 죽는다. 그리고 지옥에 간다." _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1화 중
     
    정체불명의 존재가 지옥행을 예고하고, 죽음이 고지된 그 시각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고지 대상자를 무참히 불에 태워 죽인다. 그저 말로만 전해졌던 신의 존재와 말도 안 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세상은 말 그대로 '지옥'이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옥'이 공개된 후 학교 폭력과 계급사회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담은 '돼지의 왕', 사이비 종교의 폐해와 맹목적 믿음에 관한 신랄한 비판인 '사이비'에서 보여준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과 색채를 다시 보는 것 같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화상으로 동명 만화의 원작자이자 '지옥'의 연출자 연상호 감독을 만나 혼돈의 세상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연출에 대한 그의 고민을 들어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정체불명의 존재가 지옥행을 예고하고, 죽음이 고지된 그 시각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난다는 설정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연상호 감독(이하 연상호):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게 인간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분명한 종착지이기에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부산행' 속 부산이라는 종착지가 인간의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은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됐을 때 그것을 인간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상상에서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설정의 차이만으로 평범한 삶과 극적인 삶이라는 큰 차이가 일어난다. 그런 것들이 독특한 설정의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 웹툰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지점은 무엇인가?
     
    연상호: 아무래도 현실적인 세계에서 갑자기 일어난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데, 그러한 게 구현됐을 때 실제로 일어난 거 같은 느낌이 있으면 했다. 이처럼 굉장히 상충된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생각했다. 또 영화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서브컬처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동시에 서브컬처적으로도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어날 법하면서도 이질적이고, B급 느낌을 잡아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 '지옥'은 마냥 철학적인 질문에 무겁게 짓눌리지만도 않고, 장르물이 가진 재미를 충실히 유지하는 작품이다. 연출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연상호: 연출하면서 테크닉적으로 밸런스를 유지하자는 생각보다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 만화나 작품들을 접하며 받았던 느낌을 시청자들에게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기획했다. 최규석 작가와 처음 만화를 구상할 때 이야기했던 작품이 거장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이다. 재미와 여러 가지 메시지가 공존하는 작품인데, 그런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종의 밸런스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작품을 구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사이비'에서 다뤘던 사이비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세계관이 확장된 부분도 엿보였다.
     
    연상호: 종교와 인간의 관계라는 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굉장히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지옥'은 코즈믹 호러(인간이 대적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장르 안에서 움직인다. 코즈믹 호러 장르가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인간과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 혹은 거기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강함을 표현하기 좋은 장르라 생각했다. '지옥'은 종교적 색채도 있지만, 코즈믹 호러 장르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됐다.
     
    그리고 코즈믹 호러라는 건 미스터리한 걸 미스터리하게 남겨둔 채 인간의 모습을 현실성 있고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거대한 공포에 맞닥뜨린 사람의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해서 그쪽에 더 집중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작품 안에서 하는 인간의 고민이 현실에 있는 우리의 고민과 닮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지옥'이라는 제목은 직설적이면서도 작품을 잘 드러낸다. 어떻게 나온 제목인가?
     
    연상호: 사실 단순하게 '지옥'이라고 제목을 정했던 거 같다. 예전에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부터 큰 의미를 담고 제목을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제목을 짓고 나서 여러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중 크게 들었던 생각이 과연 '지옥'이라는 단어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지옥이라는 실체가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게 됐는지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그런 상상들이 '지옥'을 만들 때 큰 모티프가 됐다.
     
    ▷ 아마 '지옥'에서 신생아에게 지옥행을 고지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 같다. 이 장면을 연출한 감독의 의도가 궁금하다.
     
    연상호: 이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충분한 설명과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지점이 '지옥'이라는 후속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모티프가 되고 있다.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설명 등은 다음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지옥'을 영화적으로 놀 수 있는 세계관이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말한 이유가 궁금하다.
     
    연상호: '지옥'은 고지와 시연이라는 상황만 갖고 최규석 작가와 내가 마치 게임 속 메타버스같이 '이런 현상이 있으면 어떻게 움직일까'를 지켜보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거기에서 어떤 이야기를 찾아내려 노력했다. 그런 측면에서 일종의 가상세계라고 할까? 최규석이라는 크리에이터와 내가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종의 가상세계라 생각했고, 그런 측면에서 놀 수 있는 놀이터라고 말했다.
     
    ▷ 원작을 집필하고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혹시 영감을 얻은 실제 사회적 사건이 있나?
     
    연상호: '지옥'을 만들며 주요하게 생각했던 건 기존의 어떤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시연과 고지라는 상황이 주어진 세계관을 짓고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특정 사건이나 어떤 것들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들을 빼려고 했다. 물론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 있을 법한 일이 되는 것이 중요했지만, 그것이 어떠한 특정 사건으로 보이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작품을 만들 때 주요한 포인트였다.
     
    ▷ 넷플릭스 공개 후 71여 개국 넷플릭스 톱(TOP)10 리스트를 휩쓸었다. 소감이 어떤가?
     
    연상호: 공개된 후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 됐다고 해서 좀 어리둥절하다. 그리고 '이분도?' 할 정도로 많은 분이 연락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연상호: 한국 영화나 한국 드라마가 15년 전부터 전 세계에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최근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존재했던 좋은 콘텐츠를 알아봐 주는 세계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균열'이다. 조금씩 금이 가다가 쏟아져 내리는 현상인데, 지금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건 앞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 시장이라는 벽에 천천히 내기 시작한 균열들이 모여서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쏟아져 나오는 거라고 본다.
     
    ▷ 천사의 고지, 지옥의 사자라는 초자연적 현상 앞에 사람들은 현실에 또 다른 지옥을 만들어냈다. 이를 그려내는 과정에서 '지옥'은 시청자들에게 나라면 과연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감독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과연 어떤 모습인가?
     
    연상호: 사람한테는 사람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여러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일 수도 있고,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가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 어려움에 처한 인간, 누군가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아주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둘러싼 여러 환경과 별개의 감정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아주 원초적인 인간다움 아닐까 생각한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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