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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박정민 "현실의 '지옥'…내 안에 들끓는 절망과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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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박정민 "현실의 '지옥'…내 안에 들끓는 절망과 좌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감독 연상호) 배영재 PD 역 배우 박정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배영재 PD 역 배우 박정민.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배영재 PD 역 배우 박정민. 넷플릭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새진리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방송사 PD 배영재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새진리회 사제들을 보며 그들에 대한 반감만 점점 커진다. 그런 배영재는 멀게만 느껴졌던 지옥행 고지와 시연이 그의 주변과 가족에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무너진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배영재는 새진리회의 진실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배영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4~6화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지옥' 후반부에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영재 역을 맡은 박정민의 역할이 중요했다. 위험에 빠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영재 역을 맡은 박정민은 가장의 절박한 마음부터 새진리회를 향한 분노까지 폭넓은 감정 연기를 펼쳤다.
     
    박정민은 '지옥' 원작 동명 웹툰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는 잴 것 없이 '지옥'행 열차에 탑승했다. 그런 박정민을 최근 화상으로 만나 '지옥'이 우리에게 던져 준 화두와 그가 '지옥'에서 만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지옥', 역할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했다"

     
    ▷ 원작 웹툰의 팬이라고 했다. 웹툰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박정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염력' 촬영 때도 그렇고, 평소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되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원작 웹툰을 보고 그때 나눈 이야기를 허투루 한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분의 시선을 이런 걸로 표현해냈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정말 충격적이었다. 요즘 많은 분이 ('지옥'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진짜 나는 '돼지의 왕'을 봤을 때 충격이었다. 그래서 ('지옥'에서) 역할이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한 거다.
     
    ▷ 배영재라는 인물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머문 박정민이 바라본 배영재는 어떤 인물인가?
     
    박정민: 그냥 회사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거대한 재난 혹은 자연재해가 닥친 이 세상에서 다 필요 없고, 자기 할 일 하고 회사 다니고 피곤하고 자기 가족이 제일 중요한, 어쩌면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먼저 접근했다. 그런 평범한 사람한테 과연 이런 엄청난 일이 닥쳤을 때, 보통 사람은 어떻게 대처하고 반응하고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갈지가 나도 좀 궁금했다.
     
    ▷ 배영재는 태어나자마자 지옥행 고지를 받은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이런 인물의 감정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 나갔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박정민: 4~6부에서 감정, 그러니까 아이에 대한 감정을 가져가는 건 원진아씨가 연기하는 송소현에게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까지 감정적으로 젖어 있으면 시청자들이 볼 때 피로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영재는 태어난 아이를 10분밖에 못 봤다. 그런 아이가 고지를 받았다. 아이보다 오히려 아내 걱정이 더 컸을 것 같은데, 또 어쨌든 정신 차리고 아버지로서 해줘야 한다는 것들을 더 중점적으로 하려고 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원작 팬 박정민이 본 '지옥', 그리고 연상호 감독의 특별함

     
    ▷ 원작 팬으로서 완성된 시리즈를 본 소감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정민: 원작을 보고 드라마를 봤을 때 큰 차이가 없어서 되게 좋았다. 그리고 원작자가 연출자라 원작을 해칠 수가 없다. 원작을 고스란히 잘 구현해 낸 데 박수를 치고 싶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만화를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데, 거기부터 드라마가 달리기 시작한다. 바로 박정자의 시연 장면이다. 이 작품의 메시지가 그 장면 하나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해서 만화를 볼 때도, 드라마를 볼 때도 그 장면이 제일 좋았다.
     
    ▷ 대본을 보고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 이상으로 잘 구현된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인가?
     
    박정민: 첫 장면이다. 카페와 차가 막 부서지고 고지를 받은 자가 죽은 첫 장면이 한몫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드라마에 훅 몰입되기도 했고, 또 많은 분이 그러셨던 거 같다. 그리고 되게 오래 공들여 찍은 걸로 알고 있다.
     
    ▷ 민혜진 변호사 역의 김현주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떤가?
     
    박정민: 김현주 선배를 만난 것 자체가 굉장히 놀랍고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정말 어렸을 때 나만의 연인이었는데, 그 현주 선배와 같이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고 놀라웠다. 나를 후배가 아닌 동료 배우로서 대하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셔서 더 긴장을 풀고 편하게 했다. 같이 연기하면서 본 현주 선배는 한 단어로 이야기하면 정말 우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존재감 자체가 현장의 공기를 압도하는 배우들이 더러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현주 선배가 그 몫을 했다. 너무 멋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비하인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비하인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많은 감독과 작업해 봤는데, 연상호 감독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박정민: 그림이 굉장히 정확하다. 마치 만화처럼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굉장히 정확하고 모두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많은 감독이 그러겠지만, 연 감독님은 특히 컷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는 거 같고, 편집점을 미리 생각해서 연출하는 것 같다. 그래서 촬영이 오래 안 걸린다. 어영부영 막 이것도 따고 저것도 따지 않는다. 그래서 빨리 끝내다 보니 배우나 스태프에게는 천국 같은 현장이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게 정확해서 디렉션도 정확한데, 그게 도움이 된다. 그런데 또 배우의 선택을 존중한다.
     
    ▷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옥'은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정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해외 시청자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정민: '지옥'이라는 드라마가 품고 있는 거대한 은유, 그 세계관이 품고 있는 메시지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본성과 탐욕, 어리석음 등을 보여줬다. 그리고 어떤 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맹목적인 시선으로 인해 일어난 비극들은 지구촌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외국인들도 공감하며 본 게 아닌가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배영재 PD 역 배우 박정민.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배영재 PD 역 배우 박정민. 넷플릭스 제공​​​​

    박정민은 '지옥'에서 어떤 지옥과 어떤 희망을 보았을까

     
    ▷ '지옥'에는 사실상 사람들이 현실에 지옥을 불러내면서 시작된 혼란과 혼돈이 그려진다. 박정민이 본 '지옥' 속 현실과 닮은 점은 무엇인가?
     
    박정민: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사람이란 건 생각보다 강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나약하기도 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그들이 대처하는 방향성이 틀릴 때가 참 많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소수가 만들어내는 프레임과 헤게모니를 따라가는 현상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것뿐 아니라 정말 많은 현상을 대입할 수 있는 거 같다.
     
    사실 개개인으로 보자면 배영재라는 인물만 봐도 재난이나 사회현상이 일어났을 때 찾아오는 외부적 환경이 아니라, 내 안에서 들끓는 절망과 좌절이 가장 지옥에 가깝지 않을까. 이 세상에 지옥에 가 본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가장 지옥과 가까운 건 나의 절망과 좌절, 내 가슴 속 불구덩이인 거 같다.

     
    ▷ 많은 시청자가 '지옥'에서 고지를 내리는 천사와 고지에 따라 지옥행 시연을 집행하는 지옥의 사자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해한다. 박정민이 생각하는 천사와 사자는 어떤 존재인가?
     
    박정민: 코로나일 수도 있고, 허리케인일 수도 있고, 그런 자연재해라고 생각했다. 그 자연재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제 문제인 거지, 천사와 지옥 사자는 사실 그냥 통제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생각하고 이 작품을 해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지옥'에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하는 인물도, 반대로 희망을 품게끔 하는 인물도 나온다. 극 중 이러한 인물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누구라고 보는가?
     
    박정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하는 인물들은 너무 많이 나온다. 희망을 품게끔 하는 인물은 튼튼이(배영재와 송소현의 아기로, 극 중 지옥행 고지를 받는다)라고 생각한다. 혼란하고 너무 탐욕스럽고 맹목적인,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존재가 앞으로 어떻게 자라날 것인가,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가 궁금하다. 그래서 감독님께 튼튼이가 자란 역할을 내가 하면 어떻겠냐고 하기도 했다.
     

    ▷ '지옥'에서 누군가는 정말로 현실의 지옥을,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보는 등 다양한 모습을 발견했다. 박정민이 '지옥'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박정민: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해 보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라고 해서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고 방관하는 것 자체는 조금 무책임한 거 같다. 배영재와 송소현이 아기를 위해 희생한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이 분명히 사람들에게는 다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서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고, 희망을 발견하고 싶었다.
     
    ▷ '지옥' 시즌2나 웹툰 2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혹시 시즌2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박정민: 시즌2에 나오고자 하는 마음은 내가 가장 절실할 텐데, 그건 감독님만 알 거다. 감독님과 농담 삼아 배영재는 언제 살아나는지 여쭤보니 배영재는 안 살아난다고 하셔서 실망한 적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같이 써보자고 해볼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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