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6월 채무 관계에 있는 B씨를 공동공갈·공동강요·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B씨가 일행들을 이끌고 돈을 강탈해 가는 등 위협적으로 채권 추심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6개월 간의 수사 끝에 B씨 포함 일행에 대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수사가 생각보다 오래 걸려 혹시나 '사건이 묻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고 밝혔다.
#C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명품 판매를 광고하는 글을 보고 물품을 구매했으나 이내 속칭 '짝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사기 혐의로 운영자, 매니저 등을 검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경찰로 이송됐고 지난 5월 수사가 진행된 끝에 지난 10월 검찰에 송치됐다. C씨 역시 "수사가 다소 시간이 걸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을 더욱 꼼꼼하게 본다는 경찰 설명을 듣고 일단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올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사건 처리가 이전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시각이 일부 일고 있는 가운데, 실제 경찰 내부에서도 이러한 '사건 적체'를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수사 점검 체계를 강화했지만, 도리어 '사건 처리 기간'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기간 61.9일…전년 대비 8.7일 늘어나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책임수사 완수를 위한 사건관리 종합대책'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하달했다.
수사권 조정 등으로 올해 경찰 직접수사 인력은 전년 대비 816명 증원한 2만 2209명에 달하지만, 사건 처리 기간과 1인당 사건 보유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실제 올해 사건 처리 평균 기간은 건당 61.9일로 전년(53.2일) 대비 8.7일이 늘어났으며, 최근 3년 평균과 비교하면 12.4일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인당 사건 보유 건수는 17.9건으로 지난해(15건)에 비해 19.4% 증가했고, 최근 3년 평균 대비 25.7%로 늘어났다.
수사 인력 증가로 1인당 사건 접수 건수는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보유 기간이 늘어나고 처리 시간도 상승하는 등 '사건 적체'가 심화하자 경찰 내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부담과 함께 자칫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건 처리 지연의 배경으로 경찰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수사 절차'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됨에 따라 '불송치' 결정을 직접 하게 됐고, 과·팀장 등의 수사지휘와 내부 심사 절차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수사 절차에서 정당성과 적절성을 점검하는 수사심사관-책임수사지도관-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로 이어지는 '3중 심사체계'도 갖춰진 상태다. 일선 경제팀 등 수사관 사이에서는 "사건 처리가 상당히 까다롭고, 업무 부담이 늘어났다"는 고충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집중관리 TF 구성…시·도청 직접수사인력 지원
연합뉴스
경찰은 우선 사건 집중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집중수사기간'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관서·부서별 사건 처리 및 보유 현황을 분석하고 사건의 난이도, 경검 협력관계, 수사팀 인적구성 현황 등을 면밀히 살펴 적용이 가능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도청TF에서는 관서별·기능별 1인당 사건 보유현황 추이를 확인해 평균치 대비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경찰서를 집중 분석하게 된다. 이후 과다 사건을 인수하거나 직접수사인력을 지원하고 사무조정, 부처 협의 등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서 경제·지능·사이버수사팀 조직과 인력을 합쳐 통합 수사팀으로 재편하고, 수시로 전담팀을 지정하는 등의 수사체제 재편성도 대책의 일환이다.
인사 과정에선 전출 예정자를 파악하고 종결 사건과 인계 사건을 명확히 구분해 관리한다. 인사 후에는 일정 기간 '합동근무 기간'을 운영해 사건을 인수할 수사관에게 사건을 충분히 안내하게 된다. 아울러 수사를 고의적으로 방치하거나 지연할 경우 감찰 등 적극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사건 관리와 관련 성과 평가, 승급 등 향후 포상 제도와도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사건 지연 전반을 해소할 수 있는 '조직 체질'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의 완결성과 신속성을 얼마나 조화 시킬 지가 관건"이라며 "인력과 예산, 정원 재배치, 사건 관리 체계 개선 등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