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의원. 박종민 기자'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수령 논란' 당사자인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검찰 수사가 최근 주요 참고인을 조사하거나 소환 일정을 잡으며 재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다만 곽 전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까지 아직 향하지 못 해 사실상 연내 수사를 마무리하기는 불가능해진 가운데 검찰은 보강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곽 전 의원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이달 1일 기각된 후 기존에 적용한 알선수재 혐의 논리에 대한 보강 조사를 한 달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곽 전 의원에 대한 소환 일정 조율이나 자택 압수수색 등 직접 조사는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고가 이뤄지던 2015년 곽 전 의원이 김만배씨로부터 사업 이익금을 나눠 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하나은행이 화천대유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아, 이를 하나은행 임직원에게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쟁관계였던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자산개발사의 모회사 A 건설사 측이 하나은행 측에 포섭을 시도하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부탁해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으로 그 대가가 '화천대유 1호 사원'인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가 6년 후인 2021년 3월 퇴직하며 받은 25억원(세전금액 50억원)이었다는 게 해당 혐의와 관련된 의혹의 골자다.
당초 검찰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 단계까지 청탁과 관련한 '알선'보다는 대가성 자금을 수령했다는 수재 부분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곽 전 의원은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하나은행 실무자 조사 등에서도 알선 관련 유효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퇴직금'이라는 자금 수령 과정은 명확한 점이 고려됐다. 이에 더해 병채씨의 퇴직금을 곽 전 의원이 실질적으로 관리한 정황도 수사팀은 포착했다.
이러한 수사 결과를 담아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곽 전 의원은 "어떠한 부탁을 받고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했는지 드러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법원 또한, "구속사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혐의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곽 전 의원이 언제 어디서 청탁을 했는지도 영장에 적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며 검찰 수사가 알선 정황 입증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후 검찰 수사는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측 요구사항을 하나은행에 전달했다는 내용을 규명하는 데 보다 초점이 맞춰졌다.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의혹 당사자인 곽 전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로 나아가지 못하던 검찰은 지난 27일 A건설사의 상무급 임원 B씨를 참고인 조사했다. B씨는 A건설사에서 택지지구·공모 사업을 맡았던 인물로 검찰은 초기 컨소시엄 구성 관련 곽 전 의원의 역할을 다시 따져보기 위한 차원에서 B씨를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이한형 기자아울러 하나은행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이르면 이번 주 중 참고인 조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소속 실무자가 아닌 김 회장을 직접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의 화천대유 측 컨소시엄 잔류를 김 회장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곽 전 의원과 김 회장 측은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곽 전 의원과 대학 동문일 뿐 친분도 없고 따로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그간 이어온 보강조사와 참고인 조사로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지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무적으로 보강 조사 후 피의자를 다시 불러 입장을 들은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곽 전 의원에 대한 조사가 없는 상황에서 영장 재청구 혹은 기소 여부가 올해 안에 결정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곽 전 의원의 기소 여부 결정이 올해를 넘길 경우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이 약화돼 공소유지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수사팀은 곽 전 의원이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있어 시기가 기소 여부 결정에 큰 변수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이 일부 개정되며 내년 1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는 피고인이 피신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법원은 기존과 달리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