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가상화폐들. 연합뉴스올해 가상화폐 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며 쉼없이 달렸다. 연초 최고가를 찍으며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규제 속에 급락장을 맞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은 거래소만 영업이 가능해졌다. 가상자산 업권법 등 가상화폐의 '제도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연초 8천만원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 찍어…규제 속 급락하기도
연초 3천만원 초반으로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은 석 달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3월 중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7천만원을 돌파한데 이어 한 달여만인 4월 8천만원을 찍었다. 미국의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에 힘입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 암호화폐 거래소가 나스닥에 상장된 것은 코인베이스가 최초였다. '제도권'으로 편입됐다는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을 높였다.
일각에서는 과열 우려도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각광받으며 1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을 조심스레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해 5천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이 5700만원대까지 하락한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폭락을 부추겼다. 당시 미국 내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본이득 최고세율을 기존 20%에서 최대 39.6%로 높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5월 19일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관련 결제와 투자 등을 금지하자 비트코인이 하루만에 30% 급락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도 올 한해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했다. 머스크가 자신의 SNS에 가상화폐 관련 글을 적을 때마다 시장은 술렁였다. 테슬라는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하겠다며 가격을 끌어올렸다가, 갑자기 5월 13일 해당 방침을 철회하면서 뒤통수를 쳤다.
국내에서도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투자자는 보호해 줄 수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거 폐쇄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다, 11월 다시 한번 8천만원 선으로 진입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ETF가 출범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다시 5천만원대로 급락하기도 했지만 올 초 3천만원대에 비하면 높은 가격이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시작… 혼란 속 29개 거래소만 '일단' 안착
연합뉴스올해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제도권 진입 원년이다. 특금법 시행으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은 거래소들만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3일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신청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심사를 마쳤다. 심사 결과 가상화폐 거래소 중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원화거래가 가능하다. 시중은행의 실명계좌를 얻은 4개 거래소 과점 형태로 시장이 재편된 셈이다.
코인마켓 사업자(가상자산 간 거래)로는 플라이빗·지닥(GDAC)·고팍스·비둘기지갑·프로비트·포블게이트·후오비코리아·코어닥스·플랫타익스체인지·한빗코·비블록·비트레이드·오케이비트·빗크몬·프라뱅·코인엔코인·보라비트·캐셔레스트·텐앤텐·에이프로빗 20개사가 심사를 통과했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심사를 통과한 지갑 보관·관리업자 5곳은 코다(KODA)·케이닥(KDAC)·헥슬란트·마이키핀월렛·하이퍼리즘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제도권 안에 들어온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 제도권의 사다리를 타지 못한 거래소들은 폐업 수순을 밟았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신고 거래소의 고객 원화 예치금 잔액은 지난 9월 1134억원에서 지난 21일 기준 91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영업종료 사업자의 고객 예치금 반환을 지속적으로 독려해 3개월 동안 원화예치금 규모가 92%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수익 과세는 1년 유예…업권법 논의는 진행 중
연합뉴스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세금 부과는 1년 연기됐다.
당초 정부는 당초 2022년부터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으로 25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경우 20%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하지만 20·30대의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권의 반발에 지난달 말 과세 시행 시기를 2023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아직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장치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부터 하는 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 23일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수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고된 사업자가 안전한 사업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이용자는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업과 보험업이 각기 은행법과 보험업법 적용을 받고 있지만 가상자산 업권을 규율하는 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업권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는 미완성의 과제로 남아있다.
금융당국과 국회는 무분별한 상장·폐지 등 가상화폐의 규제 사각지대로 시장 불투명성이 커지고, 이 것이 이용자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는데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용자 보호 등 내용을 담은 업권법 심사가 지난달 23~24일 국회 정무위에서 진행됐지만 명확한 정부안이 나오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논의 중인 업권법에는 암호화폐 시세 조종,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기준이 불분명하고 각 거래소마다 다 다르다. 또 가상자산이 새로운 영역인만큼, 만일 가상자산을 이용해 보이스피싱 등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때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일단 거래소 별 중구난방인 기준을 통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는 정부의 정책이 자금세탁 방지 등 채찍을 주로 다뤘다면, 이제 업권법을 통해 이용자 보호나 관련 산업 육성 등 업계 전반의 문제를 면밀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가격상승을 이룬 비트코인이 과연 내년 미국의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을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의견이 나온다. 유동성 회수 움직임 속에서 비트코인도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가상화폐가 점차 제도화되며 투자자산으로서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고, 기관 투자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결국은 우상향 곡선을 이어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