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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가계부채 '빨간불'…금융불균형 심화에 실수요자 보호 이중고

경제정책

    내년도 가계부채 '빨간불'…금융불균형 심화에 실수요자 보호 이중고

    [팬데믹 시대 금융] ①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차에 접어들며 글로벌 경제가 차츰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별다른 댓가없이도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받은 금융시장은 실물경제보다 한발 앞서 위기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팬데믹 이전에도 경험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만,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금융시장의 호황 이면에는 부채 폭증과 자산시장 거품 등 또 다른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국내 금융시장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유례없는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 잡기 나선 정부
    4월에 이어 10월에도 고강도 규제책 발표
    강도높은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 대출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대출과의 전쟁, 내년에도 계속될 듯…실수요자, 금융 약자 맞춤 정책도 과제

    ▶ 글 싣는 순서
    ① 내년도 가계부채 '빨간불'…금융불균형 심화에 실수요자 보호 이중고
    (계속)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 대출 규모에 정부는 올해 내내 마음이 바빴다. 금융당국은 유례없는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에 맞섰다. 4월 '가계대출 선진화 방안' 발표에 이어, 새로 출범한 고승범 호(號)의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 발표가 이어졌다. 강도높은 대출규제로 끝내 시중 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며 실소유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부의 대출과의 전쟁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韓 가계빚 증가폭 심각하고 빨라…가계부채 관리, 연초부터 '빨간등'

    연합뉴스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올해 신기록을 썼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의 '매크로 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1~3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로 집계됐다. 지난 2017~2019년 평균 91%보다 10%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연합, 영국 등 10개 선진국이 평균 상승 폭은 3%p였다. 코로나 이후 한국의 가계빚 증가폭은 선진국의 3배가 넘을만큼 빠르고 심각한 수준이다.  

    연초에도 위기 의식은 팽배했다. 금융위원회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잠재 리스크 관리'를 올해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선정,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하겠다고 선포했다. 가계 신용 증가율을 향후 2~3년 이내에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19년도 수준인 '4~5%대'로 복원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아울러 3월쯤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대출을 규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4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 발표…'갚을 수 있는 만큼 대출' 골자


    연초 3월로 예정됐던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 발표는 4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당시 여론을 떠들석하게 했던 LH사태 때문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비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땅 투기 의혹을 면밀히 검토해 규제를 보강한 뒤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4월 29일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를 연착륙 시키기 위해 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대출자의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 5~6%대, 내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4%대)으로 관리하는 등 점진적 연착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차주별' 적용을 제시했다. 본래 DSR은 금융회사별로 적용돼 개인별로는 높은 비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를 차주별로 적용함으로써 '개인'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1단계 차주단위 DSR 규제 적용 대상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이다. 4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에서는 내년 7월부터 총 대출액 2억원 초과,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로 DSR 규제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동시에 최우선 과제로 "가계부채 잡겠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윤창원 기자고승범 금융위원장. 윤창원 기자
    지난 8월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취임과 함께 가계대출 관리는 또 한번 변곡점을 맞았다. 고승범 위원장은 후보자 지명 이후부터 최우선 역점 과제로 '가계부채 관리'를 꼽았다. 그는 "필요할 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고 위원장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에 "과도한 신용증가는 버블의 생성과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시장 경색을 초래해 결국 실물 경제를 악화시킨다"면서, "이미 발표한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필요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의 눈은 자연스럽게 고 위원장이 발표하게 될 '추가 대책'에 쏠렸다.

    10월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DSR규제 앞당기고 풍선효과도 사전차단


    4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정부는 다시 한번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금융당국이 10월 26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는 DSR 2·3단계 규제 조기 시행과 제2금융권 DSR 강화, 분할 상환 및 대출 심사 강화 등 내용이 담겼다.

    당초 4월 대책에서는 내년 7월부터 총 대출액 2억원 초과,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로 DSR 규제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본 금융당국이 2단계 DSR은 6개월, 3단계 DSR은 1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또 '대출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제2금융권의 DSR 규제도 내년 1월부터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차주단위 DSR을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차주 단위 DSR 산정 시 현재 여신전문사의 카드론(장기 카드 대출)은 차주 단위 DSR 산정시 포함되고 있지 않지만, 내년 1월부터 카드론도 포함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또 한국 가계대출의 분할상환 비중이 낮은 주된 원인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이라면서, 개별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의 분할상환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같은 정책을 통해 가계대출 총량을 낮추고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초유의 '가계대출 셧다운 사태'까지…실수요자 '혼란'

    올해 시행된 금융당국의 강력한 총량 규제는 '부작용'도 낳았다.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관리 차원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DSR 규제 시행 시기도 최대 1년을 앞당기면서, 개별 금융사의 신규 대출 중단과 대출 한도 축소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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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이 가계대출의 빗장을 걸어 잠갔고, 대출이 가능한 은행들도 정부의 규제 방침에 따라 문턱을 속속 높였다. 일반 주담대는 물론, 잔금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까지 막히자 당장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이들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지적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행들만 이자로 고수익을 거두고 정작 서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출 규제를 재검토하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금융당국도 10월 대책 발표에서 실수요자 피해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올해 4/4분기에 취급된 전세대출의 경우 대출 총량 한도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실수요 사유에 따른 신용대출의 경우 총량에 포함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짚으면서, 결국 금융당국은 백기를 들었다. 은행권에 실수요 대출은 취급을 재개하라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한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 억제 안하면 국내 경제 위협"… 금융 약자 배려 등 충격 대비해야

    한국은행 제공한국은행 제공
    위기 의식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3일 발간한 '2021년 12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지 않으면 소비가 제약되고 금융 안정성이 악화되면서 국내 경제가 대내외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폭과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한 부채는 거시금융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특히 과거에 비해 부동산 시장으로 가계부채가 누증되고 있다.  

    보고서는 가계가 빌린 돈이 늘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고, 이로 인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줄면서 향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대출 격차가 벌어지며 경제적 격차도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고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대출격차가 곧 자산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내년에도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는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강도높은 규제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고승범 위원장은 이달 초 "지난 8월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시장도 차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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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총량규제 방식의 가계대출 규제가 시중은행의 문턱을 높여 금융 약자들만 곤란에 빠트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향후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와 금융 약자들에 대한 정책,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는 시각도 많다"며 대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저금리 대출정책이나 미소금융 등 정책 금융을 공급해 왔고, 자산취약계층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정책금융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여야가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합의했 듯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재정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면서도 이 것이 자산 가격 급락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산가격 급락을 우려하지만 저금리로 단기간 급등한 점을 생각하면 떨어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연착륙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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