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허위경력 의혹에 휩싸인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다. 대선 캠프 내부에선 일단 급한 불을 껐다는 안도감이 흐르지만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를 말끔히 떨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건희, 전격 기자회견 등판…"모든 게 제 잘못이고 불찰"
김씨의 26일 사과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통상 주요 일정이 하루 전까진 취재진에게 공지되지만, 김씨의 이날 일정은 기자회견(오후 3시) 시작 불과 50분 전에 통보됐다.
단발 머리에 흰색 셔츠, 검은 색 정장차림으로 국민의힘 당사 3층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약 7분 간 준비한 대국민 사과 원고를 읽었다.
김씨는 "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대학 시간강사 응시 이력서 등에 허위경력과 가짜수상 기록을 적은 것에 대한 총체적인 사과로 읽힌다. 그러면서 김씨는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을 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최대한 자세를 낮추며 대선후보인 윤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감성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씨는 과거 남편을 처음 만났던 당시를 거론하며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저의 허물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고 한 데 이어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는 유산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저 김건희를 욕하시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이날 김씨의 전격적인 사과는 지난 14일 YTN과 오마이뉴스 등에서 허위경력 의혹이 제기한지 약 열흘 만이다. 당초 "부분적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던 윤 후보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7일 공식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지속됐다. 해당 이슈로 인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며 급격히 하락할 조짐이 일면서 선대위 내부에선 김씨의 직접 등판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와중에
이준석 대표가 조수진 전 공보단장 등과 갈등 끝에 선대위에서 이탈하며 설상가상 위기가 증폭됐다.
실제로 이날 여론조사 기관 서든포스트가 발표한 결과(CBS 의뢰, 지난 24~25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후보는 27.7%를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36.6%)에게 오차범위 밖으로 뒤쳐졌다. 지난달 5일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윤 후보는 그동안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 후보를 앞섰지만, 배우자 김씨의 허위경력 논란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내부에선 윤 후보가 공식 사과를 머뭇거렸던 지난 16일쯤 이 후보에게 역전을 당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급한 불' 껐다는 선대위, 간접 해명 한계…추가 의혹 제기 가능성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힌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씨의 전격 등판하며 공개 사과회견을 하면서
선대위 내부에선 일단 '큰 불은 잡았다'는 안도감이 흐른다. 선대위 내 한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건희씨의 공개 사과가 연말을 넘기면 위험했는데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평가가 있지만 확실한 건
공개 사과를 안 한 것보단 한 게 훨씬 나앗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후보의 배우자의 오늘 용기는 각자가 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김씨의 등판에도 불구하고 허위경력 관련 해명 과정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공개 기자회견에 나선 김씨는 이날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기만 했을 뿐, 10여건의 허위 경력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등 질의‧응답은 선대위 관계자들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의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김씨와 별도 면담 등을 통해 만든 A4 14장 분량의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을 했다. 최 대변인은 논란이 됐던 허위경력 기재의 법률적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허위인지 의문이고 하나 하나 설명을 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김씨가 기재한 이력 등이 부풀려졌을 뿐, 허위 사실엔 해당하지 않아 법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인 셈이다.
김씨 관련 의혹들이 연일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기자회견으로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씨의 이날 기자회견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사과로, 추가 의혹이 제기될 경우엔 재등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사과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났다, 족하다' 이런 마음은 아니"라며
"추가적으로 그런 (사과할 만한) 문제가 생기면 그 상황에 따라 또 별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사실 김씨 본인 문제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답변을 했으면 가장 좋은 그림이었겠지만 지금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잘못에 대해 낮은 자세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