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오늘은 국민 여러분이 염려한 부분에 대한 사과로 봐달라" (최지현 선대위 수석 부대변인)
26일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사과한 김씨와 뒤이어 브리핑을 한 최지현 선대위 부대변인의 발언에 온도차가 느껴진다. 사과의 기본요소라고 할 만한 '무엇을 사과하는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약 7분간 사과문을 낭독한 김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부풀리고 잘못 적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해명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씨의 발언까지만 들으면 대체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맥락으로 이해됐다.
김씨는 대신 "남편을 처음 만난 날"이라며 윤석열 후보와의 연애시절을 회상하거나 "남편이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는 아픈 가정사 설명에 사과문의 절반 가량을 할애했다. 사과문은 김씨가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김씨는 사과문 낭독 뒤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떠났기 때문에 선대위 측에 김씨 발언의 구체적인 의미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그동안 제기된 8건의 허위경력 의혹 중 1건에 대해서만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힌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제기된 의혹 중 김씨가 무엇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냐는 질문에 최 수석부대변인은 "인정하고 사과한 건 (수원여대와 안양대에 지원하면서) 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을 받은 걸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 받은 것처럼 기재한 것 하나"라고 했다. 선대위가 취재진에 배포한 '팩트체크' 자료에는 관련 의혹들이 허위가 아닌 '부정확한 기재'라고 표현돼 있다.
일부 인정한 의혹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묻는 질문에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후보께선 항상 공정과 정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이야기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해 달라"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사과를 하면서 단서나 전제를 달지 않았다는 면에서 김씨는 '사과의 정석'을 보여줬지만, '정확히 무엇을' 사과하는지를 생략하면서 비판의 빌미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안민석 의원)",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민주당 남영희 선대위대변인)", "냉무(내용이 없는) 기자회견(정의당 장혜영 의원)"는 지적이 바로 나온 이유다.
정의당 오현주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사과에서) 본인의 허위이력을 비롯한 여러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과 책임은 찾아볼 수 없어 유감스럽다"며 "윤석열 후보는 오늘 배우자의 대국민 사과가 본인이 말했던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사과의 시점이 더 미뤄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상황본부를 중심으로 사과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후보 측에 전달됐었다"고 말했다. 선대위는 지난 주부터 일주일 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해왔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는 SNS에 "후보자 배우자의 오늘 용기는 각자가 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