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필 경남지사 권한대행 등이 지난 1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신속한 LH 신규 채용을 건의했다. 경남도청 제공부동산 투기 등으로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인력 감축에 따라 중단됐던 신규 채용 절차가 올해 하루를 남긴 30일 시작됐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대상인 공기업이 신규 채용 절차를 개시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상남도의 끈질긴 설득과 지역 대학의 노력, 그리고 국무총리실의 적극적인 공감과 협조 등 '3박자'가 빚어낸 기적과 같은 결과다.
앞서 정부는 LH 혁신안에 따라 정원을 2025년까지 1064명을 감원하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올해 LH는 인턴을 제외한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중단됐다. LH 채용을 준비하던 지역 대학생 등 청년들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인 셈이다.
도는 상반기에 이어 애초 9월로 예정된 하반기 채용 공고도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10월부터 LH와 국토부, 기재부 등을 찾으며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번번이 "신규 채용은 어렵다"는 답만 듣고만 말았다.
그러자 도는 하병필 경남지사 권한대행의 지시로 국무총리실과의 직접 소통창구를 만들었다. 시간이 계속 흘러 11월 말까지 아무런 상황의 변화가 없자, 결국 국무총리 면담을 신청했다.
하 권한대행은 지난 1일 경상국립대·경남대·창원대 총장과 청년 대표로 경상대 총학생회장 등과 함께 김부겸 국무총리와 마주했다.
도는 채용 중단으로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의 불안감이 큰 상태이며, 이로 인해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경상대 총학생회장은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청년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총리를 설득했고, 김 총리는 이 말에 크게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는 면담 직후 국무조정실과 기재부, 국토부에 LH 구조조정과 별도로 청년의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구제 방안을 즉시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이후 매주 협의 진척 상항을 보고받으며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12월 중순쯤 각 부처와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실무적인 문제 등으로 올해 채용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자, 김 총리는 다시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채용 진행을 지시했다.
이번 신규 채용으로 발생하는 정원 초과에 대한 공공기관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지 말고, 절차를 서둘러 입사를 준비하던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해가 넘어가기 전에 채용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전체 채용 인원을 줄더라도 LH를 보고 달려온 지역 인재들을 위해 채용을 충분히 보장하라고 주문했다. 올해 LH 정규직 채용 규모는 350명 내외였지만, 청년의 목소리를 들은 김 총리의 적극적인 협조로 올해 하루를 남긴 이날 별도의 정원으로 정규직 250명을 채용하는 공고가 떴다.
LH 본사. LH 제공
이 중 지역인재는 최대 50여 명을 채용하는 등 이전 지역(경남) 인재 30%, 비수도권 지역 인재 35%, 양성평등 25%를 적용한다. 채용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30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도는 이번 채용 결정이 LH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 기회를 제공하고 전국의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경남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도 관계자는 "청년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총리실과 경남도, 지역 대학, 시민단체 등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해 만든 기적과 같은 결과"라고 말했다.
경남혁신도시로 이전한 11개 공공기관 중 LH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 4천여 명 가운데 약 40%인 1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매년 지역인재를 포함해 200여 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진주에 낸 세금만 372억 원에 이를 정도로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현재 정부가 공언했던 해체 수준의 LH 조직개편은 초가삼간 태우는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실상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