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아프간 전 대통령 "어쩔 수 없었다"…야반도주 넉달만에 입열어



국제일반

    아프간 전 대통령 "어쩔 수 없었다"…야반도주 넉달만에 입열어

    • 2021-12-31 09:17

    가니 BBC 인터뷰…"카불 파괴 막으려 도피 결정…난 희생양"
    수천만불 챙겨간 의혹 부인…아프간에선 '겁쟁이 반역자' 비판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연합뉴스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연합뉴스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해외 도피 4개월 만에 입을 열고 수도 카불 함락 직전 해외로 도피한 것은 대규모 충돌로 인한 카불 파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자신은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라디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가니 전 대통령은 이날 BBC 인터뷰에서 카불을 떠나던 지난 8월 15일 오후까지도 아프간을 떠나는 건 생각도 못 했다며 비행기가 이륙하고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아프간 탈출 후 머물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현재 BBC 라디오 4 '투데이' 프로그램 객원 편집자로 참여하고 있는 닉 카터 전 영국 국방참모총장과 인터뷰했다.

    가니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해외도피는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아프간이 갑자기 무너지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무산시킨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는 또 수천만 달러 챙겨 아프간을 탈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8월 15일 탈레반은 카불에 진입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두시간도 안 돼 약속을 깨고 두 개의 다른 정파가 다른 방향에서 카불로 진격했다며 두 정파 간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 경우 도시가 파괴되고 500만 시민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카불을 떠나도록 허락한 뒤 자신은 국방부로 가기 위해 차를 기다렸으나 차는 오지 않았고 대신 국가안보보좌관이 겁에 질린 보안팀과 함께 와 저항할 경우 '모두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 탈레반 병력이 주둔해 있던 코스트로 갈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으나 코스트와 잘랄라바드 모두 탈레반에 함락됐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비행기가 이륙하고서야 아프간을 떠난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이전까지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해온 그가 갑자기 도주하면서 아프간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탈레반은 바로 다음 날 카불을 점령했고 평화적 정권 이양은 무산되며 전국이 극독의 혼란에 빠졌다.

    가니 전 대통령은 도주한 것뿐 아니라 수년간 대통령 재직 중 드러낸 무능함에 대해서도 비난받는다. 정치가보다는 교수에 가까운 지도자로 평가받는 그는 미국 정치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아프간 정부가 제외됐다며 붕괴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미뤘다.

    그는 "전임자(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처럼 계속 맞서기보다는 우리의 국제 파트너십을 신뢰했다"며 "그들은 평화과정 대신 철수 절차를 진행했고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우리를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평생 한 일이 무너지고 내 가치관이 짓밟혔다"며 "나는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또 수천만 달러를 챙겨 달아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고 싶다. 어떤 돈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내 생활방식은 모두가 안다. 내가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나"라며 이 의혹을 풀어줄 어떤 국제 조사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는 아프간 국내 소셜미디어에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룬 라히미 전 아프간 아메리칸 대학 교수는 가니 전 대통령과 측근들을 '겁쟁이 반역자들'이라며 그의 인터뷰는 아프간 국민이 겪고 있는 불행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