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 피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이한형 기자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실소유하고 있는 '천화동인1호'의 법인명이 지난달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새 이름 또한 천화동인·화천대유에 이어 주역에 나오는 단어 중 하나를 채택했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천화동인1호'는 지난 2021년 12월 1일 '휴명'으로 법인명을 바꿨다. '휴명'은 '순천휴명(順天休命)'이라는 단어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보인다. 휴명(休命)이라는 단어만 따로 해석한다면 '하늘의 명령', '임금의 명령' 등을 의미한다.
주역의 괘 중 하나인 천화동인·화천대유라는 단어가 대장동 사업의 법인명으로 사용된 배경에는 동양철학을 전공한 김씨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뀐 법인명 역시 김씨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 구속된 와중에도 별다른 반성 없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순천휴명'은 '화천대유(火天大有)' 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된다. 주역의 해설서에는 '화재천상대유 군자이알악양선 순천휴명(火在天上大有 君子以遏惡揚善 順天休命)'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불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유이니 군자는 스스로 악을 멀리하고 선을 드러내며 하늘의 뜻에 순종하고, 그 아름다운 뜻에 순응한다'는 의미다.
'화천대유'가 주역의 64괘 중 가장 좋은 괘인데, 만약 군자가 이를 뽑았다면 악을 멀리하는 등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
일각에서는 '천화동인으로 화천대유되니 순천휴명하라'로 이어지면서 문장이 완성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천화동인이 '뜻이 같은 여러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아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를, 화천대유가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를 각각 의미하므로 종합하면 '뜻이 같은 여러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아 천하를 크게 소유하게 되니 하늘의 뜻에 순응하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 명리학자는 "순천휴명은 공자께서 화천대유나 천화동인을 설명화는 과정에서 사용한 용어"라며 "이때 '하늘(天)'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섭리를 뜻하지만 왕이나 임금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천화동인1호'는 대장동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인 2015년 6월 김씨의 친형인 김모씨와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이성문 전 대표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화영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이한성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현재는 이씨만 홀로 사내이사로 남겨져 있다.
취재진이 이씨에게 법인명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김씨가 구속된 상태에서 지시를 내린 것인지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로 문의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김씨 측 변호인 또한 "범죄 혐의와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화동인1호'는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자회사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지분을 전부 갖고 있다. 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지분 100%는 김만배씨가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모두 김만배씨가 실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천화동인1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출자금 1억 400여만 원을 댔고, 이후 배당금으로 약 1160배에 달하는 약 1208억 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