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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명 넘으면 바로 시행"이라더니…오미크론 대응단계 혼선



보건/의료

    "7천명 넘으면 바로 시행"이라더니…오미크론 대응단계 혼선

    지난 14일 발표 시 "신규환자 1번이라도 7천 나오면 즉시 전환"
    20일 백브리핑에선 "기계적 전환 어려워…별도 브리핑 있을 것"
    "PCR검사 아직 25만건 정도 여력…의료체계 변화 점진적이어야"
    '대응' 단계 이후 동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건강보험 적용될 듯
    1차 의료기관 인프라 구축 '미흡' 지적도…빠르면 오늘 구체안 발표

    코로나19 국내 발생 2년째인 지난 20일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코로나19 국내 발생 2년째인 지난 20일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신종 변이, '오미크론'의 국내 우세종화가 눈앞에 닥친 가운데 대응전략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가 혼란을 키우고 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본격화되면 방역체계 변화가 불가피한데, 전환시점을 두고 당국자들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한 맞춤전략을 발표하며 "신규 확진자가 하루라도 7천 명이 나오게 되면 (방역체계가 개편되는) '대응' 단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루이틀 만에도 환자가 배로 뛰는 오미크론의 가공할 전파력을 고려하면 시급한 대처가 필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1주일도 채 안 돼 나온 당국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하루 확진자가 7천 명 이상으로 집계되는 그 이튿날 곧바로 태세 전환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진단검사에서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변화가 예고된 만큼 이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전환 시엔 별도 브리핑을 통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7천 나오면 즉시 대응단계"→"주간 일평균 7천 시 별도 발표"

    현재 오미크론의 우세종화 시점은 이달 말로 예측되고 있다. 남은 시간은 길게 잡아도 고작 1주일 남짓이다. 심지어 앞서 질병관리청이 내다본 '점유율 50% 이상' 달성시기는 21일 전후다. 전문가들 역시 오미크론의 확산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신규 확진자 5천 명까지는 '대비' 단계, 7천 명부터는 '대응' 단계로 나눠 오미크론 변이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대비 단계까지는 내용 상 크게 달라지는 게 없지만, 대응 단계 이후로는 유행 중심축이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넘어갔다고 보고 그에 최적화된 방역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신규발생 억제에 초점을 두는 지금까지의 3T(Test·Trace·Treat) 전략이 아니라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중대본 이기일 제1통제관은 "사실 보통은 이동 평균에 따라 7천 명을 (기준으로 상정)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신규환자) 7천 명이 1번 나오게 되면 바로 시행할 계획으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오미크론 같은 경우에는 전파율이 (델타보다) 한 3배 정도 높기 때문에 7천이 나오게 되면 바로 8천~9천이 될 수 있다"며 "1번이라도 7천 명이 나오게 되면 바로 대책을 시행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백브리핑에서 나온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의 발언은 결이 달랐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연합뉴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연합뉴스손 반장은 관련질의에 대해 "7천 명이란 게 물리적·기계적 기준은 아니다. 확진자 발생추이를 보면, 요일별 영향도 있어서 ('주말 효과'가 사라지는) 수·목·금·토는 (환자 수가) 많이 올랐다가 일·월·화요일은 떨어지는 변동들이 있다"며 "7천 명 수준으로 평균적 추세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전환하다는 개념"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현장에서 안착되고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황을 보면서 (주간 일평균) 7천 명 수준에서 별도 브리핑을 통해 전환시점을 정해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자연히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손 반장은 "오미크론 우세종화보다 (신규환자) 7천 명의 규모를 더 중시한다는 입장은 (그때와) 같다"라고 말했다.
     
    또 "(대응 단계로) 전환한다는 것은 국민들도 지금까지와 다르게 검사·치료를 받게 되는 거고, 보건소도 지금과는 다르게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에 들어가게 된단 것"이라며 "브리핑을 통해 기점을 정해야 현장의 혼선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네 병·의원, 신속검사·진료…"아직은 공공의료 감당할 수준"

    정부는 향후 대응 단계에서, 동네 병·의원을 통해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공식 진단법에 편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진단검사인 PCR(유전자 증폭) 검사의 경우, 정확도는 가장 높지만 양성 판별까지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속항원검사는 현재 개인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와 같은 원리로 15~30분 안팎이면 결과가 나온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박종민 기자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박종민 기자PCR 검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감염 의심환자나 선행 확진자의 접촉자,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입소자, 신속항원검사나 응급선별검사로 양성이 나온 사람 등을 우선으로 운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렇게 되면 신속항원검사는 딱히 증상은 없지만 스스로 불안을 느껴 검사를 받고자 하는 이들을 비롯해 '선제검사' 수요에 집중될 전망이다. 고위험군이 아닌 이들은 1차로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신속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역사회 이비인후과 등 1차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진료하게 되는 시스템도 갖춰진다. 그간 현장에서는 더 이상 공공의료만으로 밀려드는 확진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만, 이같은 체계로 실제 이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아직까지는 기존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기존의 의료대응체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님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영래 반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저희 진단검사체계가 (하루 확진) 7천 명이 넘어간다고 감당 못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PCR 검사역량만 해도 하루 70만 건 이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이고, (최근) 평균 45만 건 내외가 이뤄지고 있어서 아직도 25만 건 정도의 여력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병상 확충과 환자 감소가 맞물리면서 의료대응 여력도 안정화됐다.
     
    중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전국 기준 23.4%(2094병상 중 490병상 사용)로 30%를 밑돌고 있다. 환자가 밀집된 수도권만 떼놓고 봐도 23.4%(1479병상 중 346병상 사용)다.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준중증·중등증병상 모니터에서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준중증·중등증병상 모니터에서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박종민 기자그런데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대응 단계 이후로는 오미크론 감염자라 해도 무증상·경증인 경우 공공의료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적어진다.
     
    이미 지난 19일부터 입원요인이 없는 오미크론 확진자는 재택치료가 기본값이 됐다. 경증환자가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와 중등증 환자를 돌보는 감염병전담병원, 준중증·중증병상 등 단계별로 고도화된 현재 의료체계가 이전같이 모든 확진자들에게 해당되지 않을 거란 의미다.
     
    손 반장은 이에 대해 "경증·무증상 환자 입장에선 지금의 의료체계보다 의료제공 자체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이제(대응 단계)부터 고위험군이 아닌 일체 환자들은 고도의료체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로 상상하실 수 있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걸 대비해 동네 병·의원이 (진료에) 참여하는 체계로 변화시키겠지만, 이 변화는 단계적으로 이뤄지면서 최대한 (종전대로) 의료제공을 충실히 할 것"이라며 "일정시점을 기해 의료체계가 완전히 100% 바뀌는 걸로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차 의료기관 인프라 구축 '물음표'…빠르면 오늘 구체안 발표

    다만, 현 대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장 준비는 거의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그간 코로나19 환자를 보지 않았던 동네 병·의원이 어떻게 확진자를 진료하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재택치료의 경우, 1차 의료기관으로 참여범위를 넓히겠다고 했지만, 지침 상 문제도 있다. 야간 응급상황 대처를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이 관리기관으로 지정되고 있는데, 동네 의원은 근무의사가 1~2명에 불과해 요건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의료진은 얼마나 격리를 해야 하는지, 공공의료기관과 달리 동선 분리가 쉽지 않은 여건에서 추가 감염위험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등도 관건이다.
     
    향후 확진자 폭증 시 늘어날 업무부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일부 전문가들은 당국이 신속항원검사를 굳이 1차 의료기관에 떠넘길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속도전이 중요한 오미크론 대응을 지연시키고, 병원 내 집단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자가검사(신속항원검사)는 본인이 자주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빠르다. 병·의원에서 하게 되면 의료진이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때문에 감염되고, 병원을 찾는 다른 환자들도 감염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속항원검사는) 누구나 두세 번만 해보면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부가 TV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검사방법을 광고하고, 각 가정마다 무료로 키트를 풀어주면 된다"며 "양성이 나온 사람은 외래진료센터와 바로 연계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검사와 격리로 중증 위험만 낮추면 되는 오미크론을 정부가 여전히 델타처럼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은 검사의 정확도보다 빠른 진단이 더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빠르면 오늘(21일) 오미크론 관련 동네 병·의원의 검사 및 진료 참여방안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손 반장은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량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장 의료진의 건의사항에 대해 관계기관들,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개선안이 확정되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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