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천시 숨은 영웅에 선정된 사랑의밥차 봉사단 남상기 회장(오른쪽)과 허석 순천시장. 순천시 제공 "봉사활동 해본 분들은 다 알거예요. 그 뿌듯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순천시 사랑의밥차 봉사단 남상기(54) 회장은 매달 트럭을 개조한 밥차에 점심 재료들을 가득 싣고 순천의료원 공원으로 향한다.
350인분의 밑반찬 키트를 지역 어르신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매주 화요일마다 공원에 주방시설을 설치하고 밥과 반찬을 만들어 식사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급식이 아닌 밑반찬 키트로 대체하고 있다.
남 씨가 사랑의밥차를 시작한지는 4년 째.
순천시자원봉사센터가 IBK기업은행에서 지원하는 사랑의밥차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연을 맺게 됐다.
이전에도 그는 의료원 공원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했다. 직접 천막을 치고 주방을 만들어 관내 독거노인 및 소외된 이웃에게 급식을 제공했다. 사용한 그릇들은 모두 어머니 집으로 가져가 설거지까지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밥을 나눈다는 것은 마음을 나눈다는 말과도 같아요. 밥에는 분명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힘이 있어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우연히 밥차 앞을 지나가다가 점심 한끼 든든히 드시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보람돼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직접 뵐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죠."
순천시 사랑의밥차 봉사단이 이웃에게 전달할 밑반찬 키트를 만들고 있다. 사랑의밥차 봉사단 제공 남 씨는 봉사를 '업'으로 삼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의밥차를 포함해 그가 속한 봉사단체만해도 여러 개. 그가 직접 창단한 봉사단체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아름다운 동행'이다.
아름다운 동행은 순천교육지원청과 연계해 관내 학생들에게 교육장 표창과 장학금을 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3천 원이 없어 라면 한끼도 못먹는 아이들이 있다는 순천의료원 관계자의 말을 듣고 추진됐다.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하는 후원단체는 식당, 영어 학원, 마트, 카페, 미용실 등 모두 19곳으로, 이 또한 그가 '형님 좋은 일 같이 하자'며 지인들을 설득해 꾸려졌다.
이들 가게는 코로나19로 영업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일정 금액 선에서 가게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학생의 생일날에는 조훈모 과자점에서 케익을, 소영꽃농원에서는 꽃도 보내준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부모에게 상처받고 굶주리는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시작했어요. 김정희 도의원이 교육청을 연결해줘서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고요. 후원단체들이 한번의 거절도 없이 기꺼이 후원을 해줘서 이렇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죠."
집수리 봉사중인 남상기 씨(왼쪽). 남상기 제공 남 씨가 이처럼 봉사활동에 매진하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봉사활동의 '봉'자도 모르던 몇년 전 어느 날 겨울, 지인에게 이끌려 낙안마을의 한 가정으로 집수리를 하러갔다.
지적 장애인 가족이 사는 집이었는데 온수가 안나와 찬 물로 목욕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화장실에 전기 온수기를 설치해주고 집을 나서는데 엄동설한에 버선발로 뛰어나와 연거푸 고개숙이며 감사하다는 가족들의 모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정한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봉사활동을 해 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거예요. 봉사를 한 뒤 느껴지는 뿌듯함과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감사하다며 추운 겨울 맨발로 뛰어나와 인사한 그들의 모습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거나 마찬가지죠."
남 씨는 최근 미용을 전공한 막내딸과 순미회 (순천 미용 봉사회)라는 봉사단체를 꾸렸다. 청암대 미용학과와 미용 아카데미 학생들이 주축이 된 단체다. 이들은 바깥 활동이 어려운 독거 어르신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남 회장은 자신의 본업인 철거와 인테리어 재능을 살려 집을 고쳐준다.
수년 간 봉사활동에 매진하며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전달해 온 남 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순천시 우리동네 숨은 영웅에 선정되기도 했다.
남 씨에게 '봉사랑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한마디로 '웃음'이라고 했다. 봉사에는 나도 이웃도 웃게하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는 것.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 어려운 이웃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게 목표라고 한다.
"독거어르신 집에 도배 해드리고, 수도도 고쳐드리며, 그렇게 돕고 사는게 저의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웃음을 나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