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해 말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했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6일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를 내세우며 증권거래세를 조건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약의 내용이 바뀐 것도 문제지만, 개미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대주주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실제 집행과 관련해서도 여당의 동의가 필수적인 사항이라 내용과 방법 면에서 비판이 공히 제기 된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별다른 설명 없이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남겼다.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주식 양도소득세 적용 기준 확대안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대주주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연간 5천만원 이상 주식 양도차익(순수익 기준)이 생기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런 세금을 모두 없애겠다는 의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마지막 자산 형성의 꿈을 증시에 두고 있는 세대와 연령을 초월한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는 게 선대본부 원희룡 정책본부장의 설명이다.
원 본부장에 따르면, 이날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을 내세우면서 지난해 말 윤 후보가 발표했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은 폐기됐다.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27일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 발표에서 "주식양도소득세 대상이 확대되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해 개미투자자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공약 발표로 주식 관련 세금 공약이 한 달 만에 뒤집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남겼다. 이로써 지난해 말 발표했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은 폐기됐다. 윤 후보 페이스북 캡처 무엇보다 주식양도세가 전면 확대 되더라도 양도차익 5천만원까지가 비과세기 때문에, 막대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까지 전액 면제해 주겠다는 이날 공약이 실제로는 개미투자자가 아닌 대주주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SNS에 "폭락장세에서 손실이 나 한숨짓는 개미들을 핑계로 실제로는 재벌 오너 등에게 엄청난 세금 면제의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는 꼬집었다. "1천만 개미 투자자 보호를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재벌 오너 등의 막대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전액 면제해 주겠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친재벌, 기득권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재벌'로 분류되는 대기업 일가의 3,4세 승계 작업이 이뤄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비상장주식을 상장시킨 뒤 매각해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 경우 비상장 회사를 통한 세금 없는 재산 승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주식 과세 관련
세법 개정안이 입법 사항이라 윤 후보의 취지대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윤 후보가 대선에 승리하더라도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선대본부 소속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현실적으로 둘 다 폐지하긴 힘들다"며 "
조건부로 연동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관계자는 "2030세대 동학개미들을 향한 공약의 성격"이라며 "입법 부분은 당선 후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