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양자토론의 주제와 방식 등을 두고 며칠간 공방을 벌인 끝에 결국 설 연휴인 31일 토론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양측은 '네 탓'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이 제안한 '주제도 없고' 토론 등 지금까지 윤석열 후보가 요구한 모든 조건을 전부 수용했는데, 윤 후보 측이 자료 반입을 요구하며 자신이 한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측은 이번 토론에서 민생경제, 외교안보, 도덕성 검증을 주제로 토론할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쪼개기'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이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비리 의혹과 관련한 주제를 숨기고 양자토론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30일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이) 원하는 대로 주제 없이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하면서 협상 진행에 다시 물꼬가 트이는가 했지만, 이번엔 민주당이 토론회 '자료 지참'에 반대하면서 재차 난항이 계속돼왔다.
고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나온 후보가 보좌진이 써 준 모범답안 없이는 토론할 능력이 없다니 참 딱하다"며 "이재명 후보는 토론 성사를 위해 계속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으니 이제 윤 후보가 대답할 차례"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민주당 측에 "양자토론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사과하라"며 사실상 협상과 토론이 결렬된 사실을 알렸고, 그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토론협상단은 "민주당과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오전까지 기다려봤지만 결국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 검증을 회피하기 위해 이번 양자토론을 거부하려는 듯 하다"며 "자료 없이 하는 후보 토론이 전례가 있나, 왜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료 지참 여부가 왜 토론의 기피, 불가 이유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말재주를 부릴 때 정확한 사실을 제시하며 반박해야만 진실을 밝힐 수 있는데, 자료 없는 토론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이 후보가 이번 양자토론에서도 거짓말로 일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4자토론'과 'TV토론'에 이어 '양자토론'에 이르기까지 각 당은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 설 연휴 중 대선후보 토론은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으로 장소 대관, 행사 진행 용역까지 섭외해뒀지만, 시간적으로 오늘 토론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달 3일 4자 TV토론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측은 "지난번 저희가 불참한 가운데 다른 3당과 방송사간 룰미팅은 이미 다 끝나 있었는데, 룰은 비교적 공정해 보였다"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100% 수용해 준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