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해설위원(왼쪽)과 그의 아들 이성곤 선수. 연합뉴스·한화 이글스 제공프로야구 스타선수 출신인 이순철 해설위원의 별명은 '모두까기 인형'이다.
프로야구 감독이나 코치로서는 별다른 업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중계방송 해설자로 평판이 좋다.
그의 비판과 독설에 예외는 없다. 심지어 프로야구 선수인 아들까지 깐다.
이순철 위원은 오랜 2군 생활 끝에 1군에 데뷔한 아들이 타석에 올라오자 "타이밍이 늦고 배트 스피드가 느리다", "저런 스윙으로는 1군에서 버틸 수 없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의 해설에는 칭찬보다 비판이 많이 담기지만 다른 야구인들이 하지 못하는 바른소리를 과감히 하기 때문에 팬들의 지지가 높다.
3일 대선후보 4인 TV토론이 처음 열렸다. 각 후보측은 서로 잘했다고 자화자찬이고 국민들 반응 역시 지지 여부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국회사진취재단'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 그대로, 후보들이 저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쓰다보니 2시간 내내 밋밋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철식 모두까기 모드로 대선후보 4인을 평가해본다. (언론사와 국민들의 일반적 반응을 토대로 평가했음에도 충분히 주관적일 수 있으니 불편하다면 이하 읽기중단을 권고한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가장 안정감과 대안제시를 잘했다'는 민주당의 평가는 뭘 근거로 했는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대장동 얘기만 나오면 동문서답에 표정까지 흔들렸다. 자신의 발언이 중간에 끊기면 상대 후보에게 규칙을 강조하며 가르치려는 모습은 "너나 잘 하세요"라는 이영애 대사를 생각나게 했다.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부동산과 외교안보에서의 실정은 여당 대선후보의 원죄로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언변과 지식을 동원해 차별성을 우기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준비안된 후보'라는 일각의 예상을 역시 벗어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청약점수도 모르고 RE100(재생에너지 캠페인)을 모르는 것은 고사하고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에 대해 지난해 11월 자신이 발언한 내용까지 부인하는 용감성을 보였다.
"무식하다"는 반대자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벼락치기한 지식들을 줄줄이 나열하지만 외운 지식의 응용과 추가 질문에는 특유의 말자르기로 빠져나가려는 모습이었다.
특히, 여전히 수사검사인 듯 상대 후보를 윽박지르며 비웃는 태도는 평생을 갑으로 살아온 체질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당선되어서도 이런 자세라면 그의 앞에 피의자 신세로 앉아있을 장차관이나 청와대 수석들의 그림이 상상된다.
토론회 내내 연금개혁에 집착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동참 유도는 평가받을만 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그러나, 윤석열 후보와 차별성이 없는 안 후보의 정책은 국민의힘 2중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지율 20%를 위협하다 최근 다시 고꾸라지고 있는 안 후보 지지율의 추락요인이 애매한 정체성에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자리였다.
이러다 "내가 MB아바타 입니까?" 2탄이 쏟아질까 우려스럽다.
정치경력, 대선후보 경력 최다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가장 꼰대스러웠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대장동과 김지은씨에 대한 사과, 선제타격론 비판 등 이슈를 끊임없이 거론했지만 "그래서 정의당은 뭔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모든 후보들을 비난하기보다 정의당의 진보가치를 알리고 왜 여전히 심상정이 유효한지를 알리는데 여전히 둔감해보였다.
노동자와 서민 등 진보 정당의 전통적 가치에 대해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 아쉽다.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를 외치던 권영길 후보가 그립다.
위 4명의 대선후보 중에 한 명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이 지지자들로 방패삼아 까방권(까임방지권)으로 활용하려한다면 당선되더라도 실패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이같은 방식의 4자 TV토론이 최소 3차례 이상 더 남아있다. 4명의 후보들이 계속 이런 모습이라면 차라리 TV토론에 나오지 못한 허경영 후보가 의문의 1승을 거둘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순철 해설위원의 아들 이성곤 선수는 2014년 프로에 입단한 이후 두산과 삼성을 거쳐 지난해 6월 한화로 트레이드된 이후 드디어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 아버지 이순철 해설위원의 끊임없는 냉혹한 비판도 한몫 했을 것이다.
모두까기는 언제나 불편하지만 정치인이 이를 받아들이면 분명한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