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삼성전자 노동조합이 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접수하며 쟁의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노조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창립 53년 만에 첫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의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노조는 이르면 이날 조정신청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동교섭단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동안 15차례에 걸쳐 2021년도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전 직원 계약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과 매년 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회사 측은 노사협의회가 지난해 3월 정한 기존의 임금인상분(총 7.5%) 외에는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6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파업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노조는 지난달 회사가 제시한 임금협상 최종안을 조합원 투표에 부쳤으나 90.7%의 반대로 부결됐다. 사측 최종안에는 조합발전기금 3천만원 지원 방안과 함께 노사 상생협의체를 통한 임금피크제, 임직원 휴식권 개선 협의 등이 담겼지만 노조의 임금 관련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노조위원장은 압도적인 반대 의견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비대위는 출범 직후 낸 입장문에서 "노사간 대화는 이제 결렬됐다"며 "합법적인 쟁의행위권을 확보하고 회사에 맞서 더 큰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전날 광주지부 회의실에서 제1차 대의원회의를 열고 현재 공석인 위원장 선출과 향후 쟁의 진행 방향과 강도 등을 논의했다. 노조는 이르면 이날 고용노동부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접수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조정신청을 접수하면 이달 중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중노위는 조정신청이 있는 날부터 10일 동안 조정기간을 가지며 해당 기간 내에 2~3회의 사전조정을 실시한다. 이어 노사 양쪽의 주장을 청취해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본조정을 개최해 조정안을 제시한다.
만약 노사가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고 한쪽이라도 거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쟁의 행위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인 쟁의권을 얻는다. 다만 노사 합의로 각각 10일과 15일 이내에서 조정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한다면 지난 1969년 삼성전자가 설립된 이후 53년 만의 첫 파업이다. 현재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조합원 수는 4500명 규모로, 국내 전체 임직원(약 11만명)의 4% 수준이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파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합원 2500명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해 6월 2주가량 소규모 파업을 벌였다가 결국 회사가 정한 기존 임금인상률에 따르기로 하고 임금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사측은 노조와 대화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사측은 추가 보상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고 반도체 사업 부문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최대 300%에 달하는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만하게 합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