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소방본부 제공붕괴사고 이후 경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해 온 현대산업개발이 단 한 명의 관계자도 설 연휴 기간 경찰조사에 응하지 않아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설 연휴 기간 밤낮없이 추가 붕괴 등의 위험을 무릎쓰고 수색 구조 작업을 벌이면서 대형 잔해물 낙하라는 위험한 고비도 넘긴 소방대원들의 모습과 대조를 보이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4일 광주경찰청과 중앙사고수습본부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월 29일부터 5일간의 설 연휴 동안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단 한 명도 진행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모두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장소장과 공사부장, 안전관리자 등 6명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수습으로 소환조사 일정이 늦춰졌던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을 설 연휴 기간에 잇따라 소환해 조사하려 했지만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방어권을 이유로 출석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연휴 기간에 변호사들이 쉬어 동행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출석하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사고의 책임을 통감하며 수색 작업은 물론 경찰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내비쳐왔다.
하지만 실제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 수색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구조대원들이 마실 피로회복제 조차 지원해줄 수 없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단 한 명의 실종자도 찾지 못해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인 붕괴 사고 이튿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발빠르게 선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4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이 27층 매몰자를 수습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명이 희생되고, 매몰자와 실종자가 2명씩 남은 이번 사고는 발생 25일째에 접어들었다. 연합뉴스붕괴 사고 수습 초기에는 실종자 수색에 동원돼야 한다는 이유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의 경찰 소환조사 일정이 늦춰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이 앞에서는 협조를 외치지만 정작 수사를 지연시키며 처벌을 피해 가려는 전략이 감지되는 등 뒤에서는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실제 뒤늦게 소환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경찰조사에서 그동안 입을 맞춘 듯 사고 원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지대 철거 사실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사고 현장의 37층과 36층 지지대는 붕괴 사고 13일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철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13일 동안 현장을 드나들었던 이들이 한결같이 지지대 철거 사실을 몰랐다며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같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의 행태는 설 연휴 기간 수색 작업을 위해 밤낮없이 땀을 흘리고 대형 잔해물 낙하라는 위험한 고비도 넘긴 소방대원들의 모습과 대조를 보이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소방대원들은 설 연휴도 반납하고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물 사이를 헤쳐가며 실종자 구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의 헌신을 바라보며 자원봉사자들도 명절 내내 힘을 보탰다.
설 연휴기간인 지난 2일 오전 8시 10분쯤 붕괴된 건물 외벽에 매달려있던 26톤 규모의 대형 콘크리트 잔해물이 추락하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다행히 건물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대원들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처럼 추가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대원들은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들과 가족들,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위해 땀흘리는 소방대원들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보여온 현대산업개발의 모습은 무척 실망스럽고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